164. 한 목소리 20240814
요즘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를 듣습니다. 매미들이 한 목소리로 토해내는 울음소리를 떠올립니다.
‘가마솥, 한증막.’
입추에 이어 오늘이 말복입니다.
이제는 더위도 한층 수그러들겠지, 기대했는데 일기 예보관의 의견은 다릅니다. 무더위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되리라고 합니다. 그의 표정에도 더위가 귀찮은 존재로 보입니다. 위로의 뜻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예측이 어긋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깁니다. 더위는 더위다워야 한다지만 말복으로 다가서면서 정점을 찍으려는지 연이어 최고 기온을 갈아치웁니다. 오늘의 기온을 기점으로 내일부터는 점차 누그러졌으면 좋겠습니다.
‘33도’
지난해의 정점 온도가 어렴풋이 32도였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말복인 오늘은 33도.
요즘은 우리 부부의 외식이 잦아졌습니다. 모든 것을 삶아낼 듯 이글거리는 더위에, 삼시 세끼를 주방에서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이 미안해서 슬며시 외식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안에 있는 Tea House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땀이 식자 집으로 가려고 일어났을 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책이랑 탁구용품 가지고 와요.”
말뜻을 이해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갔습니다.
‘33도’
거실의 온도입니다. 바깥 온도는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지 않았으니 알 리는 없지만 밖이나 방이나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밖의 온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우리 집이 북향 바라기라서 어느 계절이라도 집안으로 햇살이 얼굴을 들이미는 때는 없습니다.
요즘은 매미 소리가 밤낮없이 요란합니다.
‘바깥 매미, 안 매미.’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는 내 안에 있습니다. 더위에 기력이 약해졌기 때문인지, 좀 더 울음이 짙어진 느낌입니다.
“아이 시끄러워.”
잠자리에서 혼잣말하며 돌아누웠습니다. 아내의 말소리가 이어 들립니다. 시끄럽게 한 일이 없다는군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니라 내 귀가 그렇다는 겁니다. 이명은 잠들기 전까지 치근덕댈 겁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내 발걸음보다 빨랐습니다. 놀이터의 나뭇가지에서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목청을 높입니다. 여름 매미, 가을 매미가 혼재된 각기 다른 울음입니다. 입추가 일주일 전, 말복이 오늘, 그러고 보면 여름과 가을이 혼재되는 시기입니다. 여름도 여름, 가을도 가을, 하지만 아직은 가을의 느낌을 피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새벽에 창문을 넘어 한 줄기 바람이 들어오기에 가을의 신호탄인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말복을 기점으로 새벽이면 시원한 바람기를 느끼곤 했는데 점차 그 시기가 늦춰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의 온난화, 기후변화, 이런 말에 힌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며칠 전부터 궁금증이 풀리지 않습니다. 가을을 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뭐였더라? 도시에 살다 보니 어느새 소리를 잊어버렸습니다.
‘어느 소리였지?’
무턱대고 매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한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목청인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알아볼 요량으로 스마트 폰을 열었습니다. 검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각기 다른 매미의 울음소리를 검색했지만 내가 시골에서 들었던 가을 매미의 울음소리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방법이 서툴러서인지 아니면 소리를 잊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검색해야겠습니다. 해결이 안 된다면 찬바람이 이는 때 고향을 찾아갈까 봅니다. 매미는 제철인 양 마음껏 울음을 토해냅니다.
빨리 집안에서 탈출하여 아내가 머무는 Tea House로 향합니다. 어서 빨리 피부에 와닿는 가을의 맛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가을, 이슬이 살그머니 찾아오는 가을을,
목덜미의 땀을 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