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서로의 생활모습은 달라도 20240815
Tea-House에서 아내와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입니다. 잠시 창밖을 내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내가 팔꿈치를 살그머니 건드렸습니다.
“왜?”
내가 반응을 보이자 눈짓하며 귓속말합니다.
‘김 선생님 부부.’
남편도 아내도 김 선생입니다. 생각지 않은 일이니 잠시 멈칫했지만, 곧 일어섰습니다. 반갑게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얼굴을 못 본 지 몇 년이고 보니 다소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묻지 않는 말을 합니다. 시장에 갔다가 너무 더워서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답니다. 손에는 Tea-House의 물컵이 들려있습니다. 잠시 서로 안부를 묻고 나자 바쁜 듯 그들은 집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탁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입니다. 집에 놓아둔 스마트 폰에는 김 선생에게서 걸려온 세 번의 부재중 표시가 보였습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있어서일까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좀 전의 일로 그의 대답 내용입니다. 저녁에 함께 음식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하기에 오늘은 좀 그렇고 다음으로 하자고 미루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지요.”
내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합니다. 아내에게 일정을 물어보고 약속시간을 잡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김 선생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퇴직할 무렵 내가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는데 일이 바쁘다며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몇 년이 슬며시 지나가 버렸습니다. 가까이 지냈던 사이가 어느덧 멀어졌다는 느낌은 그나 나나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식탁에 부부가 앉자마자 제일 먼저 입에 오른 것은 건강입니다. 나이가 더해지다 보니 늘어나는 것은 몸의 불편함입니다. 경제적인 여유는 있지만 아프고 이상을 느끼는 몸의 부위가 하나 둘 늘어납니다. 김 선생이 먼저 자신의 건강을 이야기했습니다. 나와 일치되는 항목입니다. 당뇨, 고지혈, 고혈압, 나는 다행히도 혈압은 정상입니다. 그의 아내는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식사를 끝내고 커피숍에 들렀는데 한사코 음료를 사양합니다. 잠시 후 약을 꺼내 들었습니다. 한동안 건강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 조절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병원을 자주 다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건강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그나 나나 이제는 건강지킴이라도 된 느낌입니다.
공통 관심사가 있다면 서로 다른 세계도 있습니다. 퇴직 후 처음 얼굴을 보니 그동안의 짐작하지 못했던 각자의 생활 모습이 드러납니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십 년 이상을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직장에서의 생활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늘 제자리를 지키는 완벽주의자인 줄로 알았는데 다른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꼼꼼한 것이야 지금이나 전이나 다름이 없지만 활동적입니다. 나와 생활 모습이나 취미, 하고자 하는 일이 비슷하다 여겼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는 변화를 좋아합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삶의 거처를 자주 옮기기를 원합니다. 퇴직 후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제주살이 몇 달, 고흥살이 몇 달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잘 몰랐는데 이외에도 몇 군데로 더 옮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전에 살던 자기 집에 안착했어도, 여행은 꾸준히 다닌다고 합니다. 휴양림을 좋아해서 틈나는 대로 부부끼리 며칠씩 전국을 돌아봅니다. 부부 교사였으니 경제적인 면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은 실버타운에도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밥 하기가 싫다는군요. 몇 군데 탐방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틈틈이 여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장단을 맞춰주었습니다.
나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이에 관한 정보를 말해주었습니다. 남선생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여선생은 마음이 가는 모양입니다. 남들과 함께 배우고 어울릴 만한 곳을 묻기에 나름대로 말해주었습니다. 노인복지관, 도서관, 평생학습관의 이용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남선생은 내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는 듯 동문서답을 합니다. 각자의 추구하는 세계가 다름에서 오는 차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날 오후에 메일이 왔습니다. 가정에 관한 일입니다. 집안의 스위치가 오래되어 변색이 되었다며 껍데기를 갈았더니 집안의 분위기가 한층 좋아 보인답니다. 생각이 있으면 바꿔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집안을 가꾸고 꾸미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합니다. 벌써 여러 차례 좋은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창문 보수, 화장실, 에어컨, 홈넷, 겨울철 난방. 서로 얼굴을 대하지 않았을 뿐이지 연락은 지속한 셈입니다. 나는 늘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대신 고맙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노년을 지속하는 동안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관심을 둔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일입니다. 이번에도 내 말보다는 상대의 말이 많았습니다. 내 생각과 다른 점이 많았지만, 특별히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틈틈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서로 다른 속에 긍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큰 효과가 있음을 다시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갈 때 부부 동반 함께 하자고 재차 강조합니다.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