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긍정의 날들 20241102

by 지금은

''밖의 날씨 어때요?''

''바람이 살랑살랑, 걷기 좋은 날''


나는 일기 예보관입니다. 새벽,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향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새벽 운동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이 흐물흐물해질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단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공기를 갈랐습니다. 무더위가 나를 일으켜 깨웠는지 모릅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운동하기에 알맞은 시간은 새벽입니다. 열대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이 많다고 했지만 새벽의 발걸음은 열대야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하나둘 건강을 잃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는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었고 누구는 갑자기 걸음걸이가 시원치 않습니다. 재활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을 멍기적거리며 걷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옆에는 휠체어가 따라붙습니다. 때로는 의료용 지팡이가 앞서가기도 합니다. 노인만 있다 싶었는데 가끔 젊은이도 보입니다.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 못했기에……'


남을 보면서 생각을 했지만 돌이켜보니 나에 관한 말도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닙니다. 내 걱정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인식을 하기까지는 긴 시간이었지만 왜 내가 평소에 아픔을 느끼고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무심했는지 모릅니다. 병원에 일찍 갔어야 했습니다. 잔병치레는 하지만 깊은 병이 없다는 자만심이었을까요. 건강하다고 오래 산다는 게 아니라 조심해서 오래 산다는 어는 철학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의 결과는 7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점차 좋지 않은 결과를 알려줍니다. 마지못해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고지혈증, 당뇨약 등 한 알 한 알 늘어나는 알맹이를 입에 넣으며 야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심코 텔레비전의 건강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어느 날 눈에 번뜩 뜨였습니다. 80대의 노인이 철봉운동을 하고 육체미를 뽐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사연이 있습니다. 젊어서의 건강을 과시했던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병마와 씨름을 해야 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라는군요. 하지만 나는 철봉운동이라든가 육체미를 뽐낼 정도의 운동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마음속에 운동으로 고지혈증, 당뇨약을 끊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운동이 되지 않습니다.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그의 말이 맞습니다. 공감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책을 읽거나 강의를 수백 번 들어야 소용이 없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무조건 써야 합니다.'


강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면 입에 넣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새벽운동을 시작한 지 수년이 흘렀습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기 전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정확히 몇 해라고 기록을 할 수 없지만 빼먹는 날이 줄어들면서 점차 발놀림이 가벼워졌습니다. 독한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닌데 올해는 꾸준히 공과 놀았습니다. 나에게 알맞은 놀이 공간이 있습니다. 아파트의 놀이터 옆에 그늘 쉼터가 있습니다. 일부 하늘 가림막도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발걸음이 머무를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공을 만진다는 게 전신 운동에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발로 차고, 몰고, 던지고, 드리블도 하고 슛도 할 수 있습니다. 등과 가슴에 촉촉이 땀이 배어날 때쯤이면 멈춥니다. 정확히 사십 분입니다. 상가의 시계가 운동시간을 가리켜줍니다.


하나의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건 마음같이 쉽지 않습니다. 마음만으로야 뭐, 못할 게 있겠습니까. 연애시절의 장담처럼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의 실천은 어렵습니다. 나는 또 다른 습관이 있습니다. 매일 독서를 하고 매일 기록을 하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독한 마음을 먹고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마음보다는 나와의 약속을 위해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결과를 보니 365일 듬성듬성 빠진 옥수수의 알처럼 며칠의 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백분율로 본다면 99%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퇴고를 하여 트위터에 몇 작품씩 올리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반응이 괜찮습니다. 그동안 숨겨둔 것들을 선보이면 독자는 더 늘어나리라 믿습니다.


"여보 아침 날씨 어때요."


"좋아요."


무조건의 대답입니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리고 비 오는 날은 그 모습대로, 태풍이 지나가는 날에는 새로운 변화가...... 삶에 있어서 귀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어떻겠습니까. 가뭄이 들겠지요.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다면 곡식이 잘 될 리 없습니다. 겨울에 눈이 없고 추운 날이 없다면 겨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생로병사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누군가 평생 맛있는 음식만 먹는다면, 누군가 평생 좋은 일만 있다면,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맛없는 음식을 먹어봐야 맛있는 음식의 고마움을 느끼고, 가끔은 고민스러운 일을 당해봐야 좋은 일에 희열을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맹물을 일생동안 마셔도 질리지 않고, 향기 없는 공기는 평생 호흡해도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무미건조하지만 우리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맛집을 찾아간다거나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배불리 먹는 사람에게는 비만과 성인병을 불러옵니다. 향수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날씨 어때요."


"좋아요."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먼저 알립니다.


"좋은 날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우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원을 걸으며 우산 속에서 빗방울 연주를 감상해야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