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10월의 마지막 밤을 20241101

by 지금은

처음이라면 왠지 설레는 마음, 마지막이라면 왠지 아쉽고 서운한 감정이 앞섭니다.


'시작과 끝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일까요. 탄생과 소멸의 관계도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이어 소멸은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탄생만큼 죽음도 성스러운 것이 틀림없지만 만남에 비해 이별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아쉽다거나 서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시월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이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가사의 내용을 음미해 보면 마음이 아리고 슬픈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나만이겠습니까. 이 노래를 듣노라면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각자 떠올리는 마음이야 다르겠지만 현재의 마음보다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을 회상할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는 이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왜 꼭 시월의 마지막밤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하고 많은 마지막 밤을 놔두고 말입니다. 달마다 다가오는 마지막 밤이 있고 해마다 다가오는 마지막 밤이 있습니다. 아니 각자 죽음을 앞둔 마지막 밤도 있을 겁니다.


우수의 계절이라서 그럴까요? 자연에 있는 사철나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목들이 앙상한 가지와 줄기를 남긴 채 잎들이 떠날 채비를 합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 때문일까요. 나무들은 자신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이별을 고합니다. 낙엽 되어 가지를 떠납니다. 그 곱던 단풍이 하나둘 바닥에 떨어지며 바람에 날립니다. 이를 바라보는 청춘 남녀를 비롯한 그 이상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낙엽 떨어지는 길을 걸어본 일이 있습니까.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본 일이 있습니까? 아니 낙엽이 뒹구는 싸늘한 밤길을 걸어본 일이 있습니다. 바스락거리며 발길에 차이는 낙엽을 밟으며 홀로 길을 천천히 걸어보았습니까? 새벽녘에는 서리가 내릴 게 분명한 밤입니다. 외투의 깃을 올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고개가 숙여집니다. 몸이 움츠러듭니다. 떠나간 연인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별한 가족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시고 난 후 다음 해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날 밤 하염없이 공원을 걸었습니다. 십이월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같은 발걸음이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십이월의 마지막 밤은 아니었습니다. 하필 돌아가신 날이 크리스마스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때는 십이월의 마지막 밤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져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제야의 종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의 사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음악은 깊어가는 밤 내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회자가 여러 사람 바뀌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서일까요.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라디오를 켜니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귀에 익숙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 시절 그 나이만큼의 소유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각됩니다.


'잊혀진 계절', '옛 시인의 노래', '슬픈 계절에 만나요', '가을 사랑',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내가 십일월의 첫날에도 위의 노래를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며칠 전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독사로 인해 친지의 배웅 없이 쓸쓸히 떠나갔습니다. 나는 가을을 타는 사람일까요, 이 나이에도.


오늘 밤까지만 쓸쓸해져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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