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이상한 바느질 20241105
아침 식사를 끝내고 어제 완성하지 못한 글을 쓰려다 멈췄습니다. 손에는 김이 나는 커피 한 잔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바느질을 해야겠습니다. 뭐 대단한 일이 아니면서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발목의 윗부분이 아직도 불편합니다. 그 많은 반창고가 집에 있으면서도 가방에 넣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어깨에 걸친 게 문제입니다. 평소에 비해 큰 배낭이 필요했습니다. 탁구 라켓, 신발, 여벌의 옷을 넣었습니다.
며칠 전 길에서 우연히 탁구 이야기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역전으로 향하는 동안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자주 다니는 복지관을 이용한답니다. 여러 사람 중에 특히 한 사람에게 말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들 중에서 탁구를 제일 잘한다는 사람입니다. 요즘 탁구를 하는 내게는 잠시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상대를 만나기가 어려운데 함께 하고 싶은 생각에 얼굴을 눈여겨보았습니다.
복지관 바둑실에서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탁구 이야기를 꺼내자 신 나서 말을 쏟아냅니다. 그의 실력을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말속에는 선수나 다름없다는 듯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호기심이 갑니다. 내가 완전 초보라고 했더니만 한 수 더 떠서 이러쿵저러쿵 기본기를 말합니다.
“누구한테 레슨을 받아보았습니까?”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혔습니다.”
완전 하수 취급을 합니다. 그렇다고 마음 상할 일은 아닙니다. 탁구를 시작한 지는 퍽 오래되었지만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 보니 남에게 잘한다는 말을 꺼낼 수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오후 3시경부터는 북적이던 탁구장이 한가하다고 하기에 구경을 할 겸 운동을 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시간에 맞추어 탁구장에 갔는데 열려 있어야 할 문이 닫혀있습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살그머니 문을 열었습니다. 실내가 암흑입니다. 때를 잘못 맞추었나 봅니다.
‘쉬는 날일까.’
모르겠습니다.
발목의 윗부분이 더 불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창고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쓰라림을 감수하고 집까지 왔습니다, 나중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가방에 있는 신발을 바꿔 신을 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 문제는 그동안 애용하던 신발을 버리고 새것을 신은데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동안 수시로 신발의 윗덮개 일부를 밖으로 접었습니다. 덮개가 길어 발목의 꺾이는 부분을 찌릅니다. 다시 펼쳐지기는 하지만 몇 차례 접기를 반복자 스치는 부분의 쓰라림이 덜합니다. 집에 와서 양말을 벗고 보니 살갗이 조금 벗겨진 채 핏빛이 보입니다.
반짇고리를 꺼냈습니다. 서랍에서 송곳을 꺼냈습니다. 거실 한 구석에 신문지를 펼치고 신발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어제 접은 신발 덮개가 주름지어 있습니다. 신발 끈을 풀고 여러 차례 손으로 누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송곳이 접힌 부분의 위쪽을 찔렀습니다. 굵은 바늘이 실을 끌고 두세 번 구멍을 드나듭니다.
신발에 발을 넣고 일어서 걸어봅니다. 닿는 부분이 접혀 쓰라린 곳과 떨어졌습니다.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봅니다.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갑자기 내가 구두 수선공이라도 된 느낌입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바느질할 기회가 적습니다. 기성복 세대라 옛날처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떨어지거나 뜯어진 곳을 깁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떨어진 단추를 다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자그마한 일이 벌어졌을 때 즉흥적으로 대처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끔 바늘을 드는 때가 있습니다. 아내가 하겠다고 말리기도 하지만 이 정도야 하는 마음이 듭니다. 떨어진 단추 달기, 뜯어진 솔기 꿰매기, 바짓단 고치기…….
남 앞에서 바느질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습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바느질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니 그렇습니다. 오늘의 일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새 신발에 바느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