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51. 종이학과 구호품 20230215

by 지금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입니다. 소식을 전해 듣자, 아이티, 중국, 이란 등 대지진의 악몽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한 마디로 지옥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사이, 생각지 못한 지진이 지난 2월 6일 시리아와 튀르키예에 엄습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우리와 인연이 깊습니다. 6·25 때 우리를 돕기 위해 자국의 군대를 보내준 나라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듯이 우리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재앙이 덮치자 곧 나라에서는 인명구조대를 파견했습니다. 그동안 외국에 보낸 구조대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튀르키예가 우리나라에 파견했던 군인 숫자에 비하면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백여 명이나 됩니다. 뉴스를 보니 이삼일 사이에 여러 명을 구조하여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기자가 전하는 소식과 모습을 보니 처참함이 느껴집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보고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진으로 파괴된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쓰레기장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 건축물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무너진 게 아니라 폭삭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판 케이크의 형태입니다. 그 속에 많은 사람이 갇혀있다니 끔찍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매일 보도되는 인명피해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종 통계를 보아야겠지만 사망자를 10만 명에서 20만 명, 아니 30만 명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구조대들은 주저앉은 건물의 더미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인명을 구조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뉴스에 의하면 인명구조에서 산 사람들을 위한 활동으로 변경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매몰된 사람들의 구조에 대한 희망이 줄어드나 봅니다. 지진 피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눈이 내린 추운 날씨에 주민들은 야외에서 모닥불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텐트를 비롯한 임시로 머무를 주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의식주의 생필품이 전무한 상태라 구호품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파괴된 도로는 구호품의 전달을 어렵게 만듭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구호품들이 튀르키예를 향합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튀르키예 지진 구호품’


구호품 중에는 종이학도 있답니다. 일본에서는 건강과 장수, 안녕과 평화를 상징하는 일종의 미신으로 통합니다.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실로 꿴 것을 ‘센바즈루’(우리말로는 천년 학이라면 어떨까 합니다)라고 하는데 지금도 병문안을 갈 때 선물로 종종 쓰입니다. 그동안 지진·폭우 피해 지역에,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단체에,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도 수천 마리의 종이학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1980·90년대 한국에서도 종이학 선물이 한때 유행했으나, 일본의 종이학 애착은 유별나 보입니다.


일본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종이학이랑은 제발 보내지 말자.”


급박한 상황이니 물과 식량이 우선입니다. 종이학은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구호품의 기부행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중고 물품은 받지 않겠습니다.”


국내 현지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중고품이 전해지면 세균 등에 의한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신 상하지 않는 음식, 옷, 텐트, 침낭, 히터, 배터리, 보온병 등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믿을만한 단체를 통해 기부할 것을 알렸습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꼭 마가 끼게 마련인가 봅니다. 기부를 빌미로 한몫 챙기려는 단체나 개인이 고개를 드는 모양입니다.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입장을 한번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전국에서 취합된 튀르키예 구호품 중에는 때 묻은 옷, 닳아빠진 신발, 낡은 전열기 등 당장 버릴 물건이 10%쯤 된다고 합니다. 주고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토끼에게 젖은 풀을 준다든가, 스님에게 빗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종이 접기에 한창 심취해 있을 때 나도 종이학을 접어본 일이 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종이학이나 복주머니를 아이들에게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선물을 한다든가 남을 돕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상황 파악이 우선입니다. 잠시 내 손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한 번쯤은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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