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생각 같지 않아서 20230214
“걱정하지 말아요. 노트북을 챙기면 되니까.”
아내가 조바심해 지난밤에 가방을 챙겼습니다. 공부해야 할 프로그램 신청을 잘하기 위해 연습도 마쳤습니다. 신청 시간에 맞추어 재빨리 키보드만 누르면 됩니다.
“학습관에 가지 말고 집에서 신청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재작년에는 수강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버벅거리는 바람에 촌각을 다투는 선착순에서 밀렸습니다. 몇 초 사이로 마감이 되었습니다. 허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의 낙담입니다. 내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키오스크는 물론 발전하는 전자 프로그램에서 늘 밀리게 됩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메뉴를 신청하는데 착오를 일으켰습니다. 몇 차례 이용한 음식점이니 대수롭지 않게 메뉴 신청을 하는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2인분을 신청해야 하는데 1인분 메뉴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1인분을 우선 신청하고 이어, 또 해야겠다고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아내가 내 손을 잡았습니다.
“옆에 버튼 눌러봐요.”
화면이 바뀌고 2인분이 함께 신청되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겠지만 보름 사이사이에 또 낯설어졌습니다.
학습프로그램 신청 시간이 이삼 분 남았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순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빨리 일 층 안내소로 갔습니다.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됩니다.”
“삼 층 컴퓨터 도움 방으로 가보세요.”
부리나케 삼 층으로 뛰어올라 봉사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수강 신청만은 규약에 의해 신청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알아서 신청하세요.”
홈페이지를 열어주었습니다. 접속했을 때는 이미 정원이 차 있습니다. 신청 완료 자막이 떴습니다. 황당합니다, 불과 몇 분 사이의 마감입니다. 긴장 때문인지 실내가 더워서인지 몸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등과 목덜미가 땀으로 축축해짐이 느껴집니다.
‘선착순이 아니라 다른 곳처럼 추첨하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내가 있는 음악 강의실로 갔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그러게 일찍 와서 알아보자고 했잖아요.”
“이 학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모자를 벗었습니다. 겉옷을 벗어 의자 뒤에 걸었습니다. 후텁지근하던 몸이 식기 시작합니다. 10여분이 지나자 서늘한 기운이 감돕니다. 아내가 알아차렸는지 등에 옷을 덮어줍니다. 지퍼를 잠그고 모자도 다시 썼습니다. 아직은 서늘한 날씨입니다. 강의실도 난방의 온도가 낮아서인지 바닥이 차갑습니다. 강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발의 감각이 무뎌졌습니다. 발이 차갑다는 증거입니다. 그러고 보니 땀이 났던 이유는 긴장했던 탓입니다.
우리 고장의 평생학습관 수강 신청은 선착순입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을 알았습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잠시 후 신청 시간이 되자마자 가입하면 됩니다. 작년에는 내가 원하는 강좌에 무리 없이 가입했는데 올해는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우리가 수강하는 시간에 맞추어 신청해야 했고, 준비되지 않은 노트북을 믿은 게 잘못입니다. 미리 와이파이가 접속되도록 작업을 했어야 맞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컴퓨터 도움 방을 찾았습니다.
“와이파이와 패스워드를 좀 알려주세요.”
봉사자가 벽을 가리켰습니다. 메모장을 꺼냈습니다. 아니 펜이 없습니다. 가방을 열다가 멈췄습니다. 스마트 폰을 꺼냈습니다.
‘찰칵’
아내와 나의 기대하는 수강 신청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합니다. 이 학기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