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69. 생각 20230305

by 지금은

Tea House에 일찍 나왔습니다. 하품을 자주 하는 사람이 나를 보았습니다.

“요즘 바쁘셨어요.”

“일찍 왔다가 일찍 들어갔습니다.”

한동안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때문입니다. 여러 번 출입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에 이용하려는 꾀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붐비고 시끄러운 시간은 정오를 기준으로 서너 시간입니다. 나는 이 시간을 피하기로 했습니다. 오전과 저녁 시간이 비교적 한가하고 조용합니다.

예상한 대로 며칠간 시간을 잘 활용했는데 엊그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주 이곳을 이용하는 분이 갑자기 아침에 왔습니다. 평소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탁자에 같은 물건을 여러 개 늘어놓습니다. 노트북 두세 대, 스마트 폰 세대는 기본입니다. 종종 마주치는 사이고 보니 인사를 나눕니다. 그는 곧 위의 물건들을 펼쳐놓고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임금님이 서류에 찍는 도장을 뭐라고 하지요? 생각이 나지 않아서요.”

갑자기 묻는 물음에 나도 기억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인(御印)’과 ‘옥새(玉璽)’를 머리에 떠올리다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냥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도장 이야기를 실마리로 나의 시간을 빼앗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이 잘못된 거 아시지요.”

불쑥 뜬금없는 말을 꺼냅니다. 해방 후 일본의 법을 기준 삼아 만들었기에 틀을 깨야 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법에 관한 이야기가 뭐람, 다도 혼란스럽습니다. 나는 법이란 현실에 맞게 새로 만드는 것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있는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법이 맞느니 맞지 않으니 따지는 것은 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몫이라고 하니 내가 몰라서 하는 말이랍니다. 은근히 부아가 나지만 그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로마법과 유대인을 들먹입니다. 독일의 나치 시대와 바이마르 헌법을 가져옵니다. 내용은 없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도 가져오겠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약자를 보호하는 의미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나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지도자의 탄핵입니다. 지금의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답니다. 3·1절 기념사를 비롯하여 그동안의 지도력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답니다. 과거 탄핵을 받은 대통령의 이름도 들췄습니다.

“그래, 탄핵해서 뭐라도 좋아진 점이라도 있습니까?”

내 물음에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탄핵의 조건은 맞았는지, 아직도 기준이 서지 않습니다. 법리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큰 조항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대통령은 내우외환의 죄를 범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임 기간에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이나 지금의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나에게는 대단한 거부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를 잘못하고 더구나 자칫하다가는 일본에 국방에 대한 작전권을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미국, 일본, 우리나라와의 합동국방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말입니다. 그만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말끝을 가지고 늘어졌습니다. 고종과 이완용의 이야기를 들먹입니다. 을사늑약에 옥새인 직인이 없답니다. 합동국방군에 대한 협의에도 국새가 빠졌답니다. 뉴스를 보니 논의된 일은 있지만 문서화된 것도 아닙니다. 북한의 남침 시 일본의 개입으로 또다시 예속될 것을 염려하는 기우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확정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합리적인 의견은 필요합니다.

히틀러가 집권한 나치 시대의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법이 잘못되어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유대인을 말살하려고 했답니다. 나치 이후 법, 헌법 체계를 다시 세워 현재의 독일 있다고 말합니다. 선전·선동이 독일 국민들을 현혹하고 전쟁 국가가 되었습니다. 나는 일정 부분 수긍합니다. 궤변을 일삼은 무리가 나라를 망쳤습니다. 그 예가 괴벨스입니다. 거짓말도 계속하다 보면 믿게 됩니다. 참말 하나에 거짓말을 여러 개 섞습니다. 반복되는 선동에 믿음을 갖게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같은 편인 사람들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믿습니다. 허구인 것이 판명되었는데도 그들은 믿고 싶습니다.

나는 그동안 몇 가지 거짓 선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5·18 민주 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구, 결혼도 하지 않은 지도자가 사생아를 숨기고 있다는 풍문, 3년 이상 된 미국 소를 수입하여 먹을 경우 광우병에 걸려 죽음을 맞는다는 둥, 있지도 않은 술자리를 들먹이는 경우를 비롯하여 상대를 향해 선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이 밖에도 수많은 거짓 정보를 만들어 냅니다. 그들은 한국의 괴벨스입니다. 이들의 선전·선동에 휘말리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를 모함하여 정부는 물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수작입니다. 나는 그가 글로써 한 나라의 지도자를 탄핵해야 한다며 노트북 앞에 앉는 뒷모습이 어제와는 달리 낯설어 보입니다. 상대를 끌어내리고 거꾸러뜨리기보다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합니다. 일국 지도자의 공과는 후세의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정치가들의 이분법으로 나뉜 말씨름, 빨갱이, 토착 왜구의 억지스러운 말보다는 정말 나라를 위한 일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나만, 내 편만 잘 돼야 하는 세상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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