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스쳐 가는 아침 20230308
아침 일찍 공을 찹니다.
‘통통 텅…….’
벽이 울리고 내 발등이 울립니다. 코끝이, 발 안쪽이 공을 몰아냅니다. 벽의 반발하는 힘이 셉니다. 내가 공을 돌려준 만큼 반발을 합니다.
개가 눈치를 보며 지나갑니다. 사람이 힐끗 곁눈질하며 지나갑니다. 출근하는 청년이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성큼성큼 연못의 돌다리를 건너갑니다. 출근하는 아가씨가 종종걸음으로 바람을 일으킵니다. 팔랑거리는 블라우스의 옷소매가 봄을 불러옵니다. 학생이 지나갑니다. 가방이 불룩합니다. 늦잠에 수업 시간표대로 책을 챙기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투덕투덕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텅텅 텅’
발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벽도 힘이 들어갔습니다. 내 발등과 견주어 지지지 않으려는 태세입니다. 등에 전해지는 열기와 함께 머리가 축축해지는 느낌입니다. 강아지가 다가오다 꼬리를 내두릅니다. 목줄이 당겨집니다. 공에 관심을 보입니다. 주인도 관심을 보입니다. 내 앞에서 열 발짝 떨어졌습니다. 강아지가 공을 향해 몸을 기울입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습니다.
‘어떻게 할까.’
오늘은 공을 양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른 척 벽에 신호를 보냅니다. 공이 알아들었다는 듯 멈췄던 몸을 움직입니다.
‘강아지는 관심이 없대, 너도 그렇지.’
공은 전달을 잘했나 봅니다. ‘텅’ 나를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되돌아옵니다.
‘잘했어, 잘했어.’
요구르트 아줌마가 지나갑니다. 힐끗 나를 쳐다봅니다. 생각보다 일찍 지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 때문일까요. 금방 되돌아갑니다. 마흔아홉, 이제는 그만 지나가겠지 생각했는데 다시 카트를 타고 되돌아옵니다.
‘뭐야, 사람이라도 찾는 거야, 아니면 배달할 곳을 찾는 거야.’
지나칠 때마다 나와 공을 주시합니다. 같이 차고 싶은 것은 아니겠고, 머리가 허연 사람이 아침 댓바람부터 공을 차고 있으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또다시 돌아옵니다. 나를 쳐다봅니다. 웬일일까, 세 번이나 왕복하고 있습니다.
2×3=6.
여섯 번이나 나를 바라봤습니다. 내가 음료수라도 먹기를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어봐야겠습니다. 아니 목을 축이는 것도 괜찮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 또 보면 7번째라는 숫자를 기억하며 공을 찹니다. 101번 102번……. 내가 마지막 공의 숫자를 마칠 때까지 요구르트 아줌마는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잠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볼 일도 없으면서 주춤거리며 공을 집어 들었습니다. 샤워해야겠습니다.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는데 땅바닥이 젖었습니다. 가는 빗방울이 나를 맞이합니다.
‘봄비.’
몇 송이의 매화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봄비가 깨웠음이 틀림없습니다. 꽃망울은 북쪽의 응달에서 마냥 겨울인 줄 알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옆을 지날 때마다 어서어서 웃음꽃을 피우라고 속삭였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따스한 물이라도 한 바가지 끼얹어질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치원 가는 아이가 지나갑니다. 나를 힐끗 쳐다봅니다. 가방이 웃습니다. 해님이 가방에 붙었습니다. 또랑또랑합니다. 동그란 눈입니다. 반달 같은 입입니다. 해님을 따라 웃었습니다. 그 아이도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어제 그 할아버지다. 공 차는 할아버지.”
세 꼬마가 놀이터를 향해 달려오다가 멈췄습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배꼽 인사를 합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아이들도 엄지손가락을 들었습니다. 흐린 하늘이 서서히 벗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