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을 00월 00일

별볼일 없음의 미학 1

by 지금은

아파트 안의 나무들이 우수수 잎을 떨어뜨린다.

왜?

저만치 다가온 겨울이 재촉하니까.

공을 차고 나서 오랜만에 싸리비를 들었다.

몇십 년 만의 일이다.

아파트에 사니 그럴만하다.

아파트 청소하는 분들이 이제는 빗자루를 들지 않는다.

대신 시끄럽고 기름 냄새가 나는 송풍기를 든다.

이유가 뭐야?

힘이 덜 들고, 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놀이 공간을 쓸고있는데 꼬마 아이가 다가왔다.

“할아버지 뭐 해요?”

“낙엽 쓸지.”

“왜요?”

“뛰다 미끄러지면 네가 다칠 수 있으니까.”

“아! 그렇구나. 그럼, 제가 해도 될까요?”

아이보다 싸리비의 키가 더 크다.

“안 되겠다.”

사실은 내가 넘어질까 봐 쓸고 있는 게 맞다.

“지나가던 사람이 힐끗 쳐다본다.

‘이상한 일이야?’

맞다.

쌓인 무더기가 꽃 이불처럼 포근하다.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도 철퍼덕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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