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제비꽃 20230323
무거운 마음입니다. 어제의 약 기운인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저리고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오늘따라 머리도 흐린 느낌입니다. 천천히 거실을 돌면서 스트레칭했습니다. 한 아름이나 되는 탱탱볼에 올라앉아 엉덩이를 추석입니다. 몸이 풀리는 듯 풀릴 듯하면서 무거운 느낌은 떠날 줄을 모릅니다.
'오늘은 그만둘까.'
하다가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아침 준비에 열중입니다. 아내와 나는 식사를 마치면 셔틀버스를 타고 노인 복지관으로 가야 합니다. 배움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쉬고 싶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도 밖으로 내뱉지 못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자리에 눕고 싶지만 참았습니다. 갑자기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움직여 보는 거야.'
그렇습니다. 나는 몸이 아프거나 경직되는 느낌이 들면 일부러 운동 기구를 들어보거나 밖으로 탈출합니다. 그동안의 내 행동으로 보아 옳다는 생각입니다. 갈 곳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몸의 불편함이 서서히 없어집니다. 복잡하던 마음도 가라앉습니다. 순간 어느새 나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무심코 딛는 발걸음이지만 눈은 이곳저곳 발길을 조정합니다. 오늘은 길가의 돌무더기 밑에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잠시 쪼그려 앉아 눈길을 보냅니다.
'오랑캐꽃 아니 제비꽃. 어느새 얼굴을 내민 거야.'
싸한 봄바람이 목을 파고드는가 싶었는데 햇살이 곱게 퍼진 아침 먼저 눈에 띈 것은 노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민들레였습니다. 고운 모습을 환영이라도 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싼 별꽃들이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찰칵 먼저 사진에 담으려다 멈췄습니다. 내 사진 방의 민들레는 어느 꽃보다도 많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몇 년 전 그림책 만들 때 주인공이었기에 수많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또랑또랑 밝은 모습이지만 뒤에 남겨두었습니다. 다시 발길을 옮기는 순간 보랏빛 꽃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민들레만큼이나 구석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벌써인 거야. 아니지'
그러고 보니 어느덧 새 학기가 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집니다. 이맘때였어요. 어느 따스한 봄날입니다. 다복다복 무리를 이루어 보랏빛 꽃들이 햇살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 많은 무리 중에 일부를 옮기고 싶었습니다. 저 꽃이 교무실 앞 황량한 둔덕을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일요일 일직 근무를 하는 동료와 함께 제비꽃을 심었습니다. 경사진 메마른 땅입니다. 옮기자마자 꽃들은 시들었습니다.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물을 주었습니다. 목마름에 비를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마른 땅이라는 생각의 소나기에 몸을 적시는 것처럼 흠뻑 물을 뿌렸습니다. 물을 머금고 기운을 차리면 거름을 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비꽃은 고향이 그리워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그만 몸이 여위어 갔습니다. 꽃은 힘을 잃었습니다. 몸을 땅에 눕히고 말았습니다.
'이식이 안 되는 거야.'
이럴 줄 알았다면 삽으로 퍽 파서 옮길 걸 그랬습니다. 정성껏 보살폈지만, 한 달이 못 되어 사그라지고 말았습니다. 내년에는 꽃 둘레를 넓게 파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끝내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왠지 옮기면 곧 죽을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도 몇 번인가 제비꽃을 옮겨본 일이 있지만 그때마다 내 생각을 빗나가게 했습니다.
'찰칵, 이 봄에 제일 먼저 휴대전화의 갤러리에 안착한 꽃입니다.
우리 수강생 모임인 밴드를 보니 누군가 먼저 제비꽃을 올렸습니다. 한발 늦었습니다.
'숨어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찾아 헤매느라 무척 힘들었네요."
나는 쉽게 찾았는데 그 사람은 왜 흼 들게 찾았을까요, 사는 곳이 다르고 환경도 달라서이겠지요. 어찌 되었든 찾았고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기에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제비꽃, 제비가 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도 마음이 급했습니다. 음력 삼월 삼짇날에나 제비가 온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