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87. 나물 이야기 20230407

by 지금은

걸음마다 봄입니다. 발걸음을 옮겨도 봄, 눈을 감았다 떠도 봄입니다. 들리는 것도 봄이요 말하는 것도 봄입니다. 요즘은 봄 이야기뿐입니다. 설렘도 봄입니다. 봄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 같습니다.

춥고도 춥다고 했는데 쑥처럼 불쑥 찾아온 봄을, 화살처럼 달리는 봄을 맞으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봄은 꽃으로 말합니다. 봄은 새싹들로 말합니다. 나뭇가지 가지마다 매달리는 것은 꽃이요, 움트는 것은 새잎입니다.

어느새 돋아난 쑥을 보며 말했습니다.

“역시 쑥스럽구먼.”

“뭐가요?”

“쑥이지 뭐.”

“괜한 말을.”

어느새 탐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쑥대밭을 이루려는지 벌써 큰 무더기를 이루었습니다. 셔틀버스에 앉아 출발시간을 기다리는데 기사 양반이 운전석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말합니다.

“차나 타세요. 그저께 약을 뿌려서 뜯으시면 안 돼요.”

“말하지 않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네.”

노인은 손에 쥐었던 쑥을 버리고 손을 툭툭 털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말합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화살이 따로 없어요.”

“맞아요, 화살나무의 잎이 어느새 돋아났어요.”

“홑잎이라고 하더구먼, 잡숴봤나요.”

“먹을 만하지요, 봄에 나는 잎은 독풀 빼고는 다 먹는다고 하잖아요.”

그렇습니다. 연하고 연한 잎은 그냥 맛보아도 좋습니다. 특유의 향기와 식감이 입안의 텁텁함을 몰아냅니다.

지난 일요일입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서울에 갔는데 나물 박사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나 나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학교에 다닌 것은 마찬가지인데 산과 들의 식물에 대해서는 시골 토박이에 지지 않을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친구 도시에서도 버섯을 따요.”

시골에 사는 친구가 신기하다는 듯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별거 아니라는 듯 이것저것 주워섬깁니다.

요즘 다래 순, 우산나물, 취나물……. 그렇지, 며칠 전에 홑잎 나물 한 바구니 뜯어왔다며 봄이 빨리 지나기 전에 뜯으라고 말합니다. 금방 세어버리니 서둘러야 한답니다. 화살나무의 잎을 홑잎이라고도 합니다.

화살이 날아갈 때 곧바로 가거나 곡선을 그리거나, 빠르고 느린 것을 좌우하는 것은 모두 화살대에 매다는 ‘전우(箭羽)’라는 깃털에 달려 있습니다. 깃털의 재료로는 수리나 매가 가장 좋으며, 여의찮으면 다른 새들의 깃털을 사용했습니다. 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 깃털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모양새를 두고 귀신의 화살 깃이란 뜻으로 예전에는 귀전우(鬼箭羽)라 했습니다.

다른 나무가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모습을 공들여서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좀 더 크게 보여 새싹을 먹어 치우는 초식동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화살나무 종류는 이른 봄에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보드라운 새싹이 돋아납니다.

나는 어제 큰 우산을 받쳐 들고 화살나무가 모여 있는 앞산으로 향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맛을 볼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질척거리는 땅을 밟고 홑잎을 땄습니다. 따기보다는 훑는다는 말이 맞습니다. 손이 듬성듬성 가지를 건너뜁니다. 나무의 삶도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은 봄비가 장맛비처럼 내렸습니다. 방수 옷은 입었지만, 신발은 빗물에 흠뻑 젖었습니다. 봄 가뭄이 심하다 보니 지나가는 말로 했습니다.

“이번 비는 2백 밀리는 내려야 하는데…….”

활동하기에는 불편했지만 내 마음을 아는 듯 흡족히 내렸습니다. 싱싱한 벚꽃 잎이 안타깝게 비와 함께 바닥을 적셨습니다. 생각보다 적은 잎을 따고, 벚꽃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있지만 봄비가 좋아진 하루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