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17. 코 큰 신부님

by 지금은

일요일입니다. 학교 근처의 냇가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아이들이 막 뛰어갑니다. 보통 때와는 달리 왁자지껄합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습니다. 호야도 아이들을 따라서 달렸습니다. 언덕을 넘었습니다. 검은 지프차 한 대가 학교 앞을 지나 교회 앞에 섰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수녀를 내려주었습니다. 다시 지프차는 언덕을 넘어 호야가 고기를 잡던 냇가 자갈밭 가운데 섰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코가 큰 신부님입니다. 검은 책을 끼고 주위를 살펴보더니 자갈밭을 따라 올라갑니다.

“야, 양코배기다.”

누군가가 소리를 치며 신부님의 뒤를 따르자, 아이들도 따라갔습니다. 신부의 뒤로 바짝 다가갑니다. 신부님은 아이들이 주위에 몰려드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성경책을 펼친 채 걸었습니다. 책을 읽는 중입니다. 머리가 노랗습니다. 여자가 파마한 것처럼 곱슬곱슬한 긴 머리칼이 바람에 날립니다.

“야, 코가 되게도 크지.”

“응, 그런데 머리가 탔나 봐.”

아이들은 제각기 지껄이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이 걸으면 아이들이 뒤따라 걸었습니다. 신부님이 멈춰 서면 아이들이 멈추어 섭니다. 아이들은 신부님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몸집이 아주 크고 파란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무서워 보이기도 하지만 신기합니다. 요리조리 살펴봅니다.

“사람일까? 원숭이일까?”

호야가 말하자,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원숭이를 본 일이 없습니다. 그림에서 보기만 했습니다. 용기 있는 친구 하나가 살그머니 다가가 신부님의 옷자락을 조심스레 만졌습니다. 신부님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성경책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모릅니다. 그저 표정으로 볼 때 책을 읽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들 뿐입니다. 왜냐하면 알 수 없는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가 다시 다가가 옆에서 옷을 잡아당겼습니다. 신부님은 쳐다보지도 않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향하여 씽긋 웃었습니다. 또 한 아이가 다가가 이번에는 좀 세게 옷을 잡아당겼습니다. 그제야 신부님이 옆을 돌아보면서 뭐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릅니다. 아이들이 움찔 놀라서 서너 걸음 떨어졌습니다. 다시 신부님의 눈이 책으로 돌아갔습니다.

“바보인가 보다. 그렇지?”

“응 바본가 봐.”

신부님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언덕 넘어 교회당 탑에서 종이 땡땡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은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지를 않나 봅니다.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귀머거리인가 봐.”

“무슨.”

“그러니까 예배를 볼 시간인데도 안 가지.”

“글쎄?”

신부님은 여전히 성경책을 읽나 봅니다. 눈동자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빠르게 책장을 넘깁니다.

“맞아, 귀머거리야. 그러니까 책 읽는 소리도 안 나지.”

“그래, 틀림없어. 우리들은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서 읽잖아, 우리 선생님도.‧”

그래도 책에서 눈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아이들이 안심되었는지 가까이 따라가면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댑니다.

“바보다.”

“병신이다. 그러니까 듣지도 못하고 소리 내서 읽지도 못하지.”

“바보, 병신.”

“큰 코빼기, 양코배기.”

“검은 귀신, 검은 차 타고. 검은 귀신, 검은 차 타고‧‧‧‧‧‧‧.”

그러자 신부님이 홱 돌아섰습니다.

“나 말할 줄 안다. 나 귀신이 아니다. 나는 잘 듣는다. 난 말도 할 줄 안다.”

말이 너무 빠릅니다. 파란 눈에서 빛이 났습니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닙니다. 그저 신기한 눈빛입니다.

“예배 보러 간다. 두 번째가 내가 예배 보는 시간이다.”

우리들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어떻게 우리말을 할까?’

신부님이 우리들을 향해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우리들은 겁이 나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언덕 위에 교회 누나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을 향하여 손짓했습니다.

“신부님 조금 있으면 예배를 볼 시간이에요. 사람들이 모두 모였어요.”

신부님은 우리들을 향하여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갈밭을 미끄러지듯이 걸어서 자동차로 갔습니다. 우리들이 자동차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신부님은 문을 열고 한 발 내딛고는 맨 앞에 있는 아이를 잡으려 했습니다.

“달아나, 잡히면 죽어.”

누군가가 외치자, 아이들은 재빨리 흩어졌습니다. 자동차가 언덕 위에 오르자, 교회 누나가 차에 올랐습니다.

“얘들아, 다음에 또 올게, 교회에 놀러 와. 그때는 사탕과 과자를 줄 수 있어.”

바람결에 신부님의 머플러 끝이 창밖으로 날립니다. 교회의 종소리가 우렁차게 동네를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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