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식물 키우기 20100603
나는 그동안 식물을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화초를 가꾸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마음먹은 대로 큰 실수 없이 키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각해서 주신 화초인데 그만…….”
화초를 애지중지하는 나이기에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퇴직을 하기 2년 전입니다. 학부모 한 분이 나에게 다육식물을 선사했습니다.
“우리 집에 화초가 아주 많아요.”
“얼마나 많기에.”
“삼백 개는 돼요.”
그 많은 화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큰 집에 사는 줄로 알았습니다. 며칠 후 아이들을 하교시킬 무렵입니다. 학생의 할머니가 바구니를 하나 들고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그 속에는 간장 종지보다도 작은 그릇에 엄지손톱만 한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말을 손녀에게서 들었다고 했습니다.
“꽃을 잘 가꾸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창가에 올려놓고 설명했습니다. 물을 좋아하지 않으니 가끔 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기간을 조금 줄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화초를 키워본 일이 없기에 혹시라도 죽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것은 처음이라서.”
“염려 마세요. 잘 키우실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도시 생활에서도 학창 시절을 제외하고는 식물과 가까이 지냈습니다. 교직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학교의 조경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꽃을 가꾸는 일도 함께했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안 단독주택에 살다 보니 화단이 있고 각종 화초를 심고 가꾸었습니다.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보살피는 과정만큼 결과도 좋았습니다.
방학이 시작되던 날 나는 교실의 화분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학생의 할머니가 애지중지했던 화분입니다. 마음먹고 준 화분인데, 더구나 다육식물이 귀하던 시절입니다. 그 많은 화분을 늘리기 위해 십여 년을 노력했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나도 그에 못지않은 화초 키우기 경력인데 다소 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게으른 사람이 다육식물을 잘 가꾼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지런한 게 죄입니다. 다른 화초에 물을 주면서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같이 물을 주었습니다. 화초마다 물 주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에 두지 못한 결과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육식물을 습기를 이기지 못하고 스러지고 말았습니다.
방학하는 날 손녀의 사물함 물건을 집으로 가져갈 겸 선물한 화초를 보고 싶었나 봅니다. 교실을 둘러본 아이 할머니 낯빛이 변했습니다. 혼잣말이 뒤따랐습니다.
“식구처럼 생각하던 것들인데…….”
“미안합니다. 습성을 몰라서 그만.”
나는 일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의 짐을 받아 든 할머니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교실을 떠났습니다.
개학이 되자 또다시 다육식물 화분 몇 개가 창가에 놓였습니다. 전보다는 크기가 두 배 정도 되는 것들입니다.
“또 죽이면 안 되는데.”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학생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물 당번을 하겠답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신 있다는 표정입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잘 자라서 포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끼는 내 차지가 되었습니다.
올봄에는 모처럼 화초를 하나 샀습니다. 아이비입니다. 집안이 다소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북향이고 보니 해가 잘 들지 않아서 당분간 화초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원을 지나다 보니 우연히 마주친 아이비가 맘에 듭니다. 물만 자주 주면 잘 자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이 마음이 급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갑자기 잎이 말랐습니다. 손을 대자 앙상한 줄기만 남았습니다. 빨리 자라게 하고 싶은 욕심에 영양제를 너무 많이 준 게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사라지기 전에 살려야 합니다. 뿌리를 뽑아 새 물에 담갔다가 새 화분에 옮겼습니다. 회복을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있다고 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방심은 금물입니다. 늘 생각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잘한다는 마음은 뒤로 미루어야겠습니다. 꽃 박사라는 말을 듣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