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삶에 관하여 20230605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지…….”
내가 어린 시절 가끔 할머니가 한숨을 쉬시며 하시던 말씀입니다. 귀담아듣다 보면 ‘이승’과 ‘저승’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여쭤보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궁금하다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가끔 듣다 보니 앞뒤를 미루어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승이고,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 저승이구나.’
할머니는 저승에 가보셨을까. 어느 날 궁금해졌습니다. 역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물어보지 않기를 잘했습니다. 할머니는 저승에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연세가 가장 많은 기와집 할머니도 저승은 다녀오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증조할머니 저승 갔다 오셨을까?”
“몰라.”
친구가 나 대신 증조할머니께 여쭤보았나 봅니다. 아직은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더 살아야 하니 옥황상제가 불러야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저승에 가면 어떤 곳인지 알려주기로 약속했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상여가 수많은 만장을 앞세우고 길을 떠났습니다. 가지각색의 깃발에 새겨진 모르는 글귀들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저 할머니가 가는 저승은 좋은 곳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며칠 후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할머니가 말해주었니?”
“아니, 아직 오시지 않았어.”
“언제 오신다는데.”
“모르지.”
그러고 보니 꼬맹이들의 물음이고 궁금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그때 꼬맹이의 궁금증은 지금이라고 해서 변한 것은 없습니다.
며칠 전 형님한테 면회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문병이었는데 지금도 문병이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풍으로 쓰러져 몇 년째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상태입니다. 내가 전화로 안부를 묻게 되면 형수는 곧잘 할머니가 하신 말씀과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말끝에 오늘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마음을 달리 먹을까 봐 형에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말해 줘요. 누가 가보고 온 것도 아니지만 그저 짐작으로.”
어떤 짐작인지는 나도 모릅니다. 저승보다는 이승이 나을 것이라는 추측일 겁니다. 미지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더 조심스러운 것처럼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어떤 사람은 이승이 좋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저승이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토속 신앙이나 종교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선과 악의 관점에서 기준을 두는 것 같습니다.
‘천당과 지옥’
많은 책에서 이와 연관되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성경책, 문학작품을 비롯하여 불교의 이야기 속에…….
어제는 수필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한 꼭지를 발견했습니다. 노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삶의 지혜에 대한 내용인데 그중 한 가지만 인용합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부자이며 행복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작가는 한마디로 말했습니다. 노년에도 건강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부자를 말할 때 돈이나 재물을 말합니다. 내가 젊었을 때의 생각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모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과거에 헐벗고 굶주린 고난의 시기가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과 비교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가난을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권력이나 재력에 만족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갑부가 되기를 꿈꾸고 국가의 지도자를 선망합니다. 하지만 삶의 질이 좋아지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만큼 건강도 유지되기를 원합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야.”
수명의 연장은 건강의 질을 위협합니다. 병들어 아파하는 기간이 늘어납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아프게 합니다. 그러기에 유행가에도 ‘구구 팔팔’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백 세까지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함께 어울리고 배우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입니다. 요즘 사진 에세이 강좌의 모임에서 서로의 사진과 글을 공유합니다.
노년에 최고의 부자는?
내가 말해도, 그 누가 말해도 건강한 사람
바로 당신
건강이 제일인 것을, 나보다 먼저 안 그대 복 터졌어요.
살아있는 한 늘 부자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