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아침 풍경 20230607
‘이럴 수가…….’
늦잠을 잤습니다. 한밤중에 눈을 뜬 결과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와 자리에 누웠는데 금방 잠이 들 것 같지 않습니다. 거실에 나와 잠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에 빠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평소보다 두 시간은 늦었습니다. 아침 운동을 빼먹지 말아야겠습니다. 내일로 미루면 내일도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내가 놀이터에서 공과 놀이를 시작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개들이 주인을 따라 산책합니다.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얼룩을 남깁니다. 늘 있는 일입니다. 새벽에 나왔을 때도 개들은 아파트 건물을 돌며 제 영역을 표시했습니다. 나는 공을 차면서 개와 주인을 힐끔힐끔 눈여겨봅니다. 이들은 개를 따라 아무렇지 않은 듯 발길을 멈추기도 하고 옮기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모습이 불쾌합니다. 개를 싫어하는 입장이고 보니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얼룩이 싫습니다. 여러 마리의 개들이 인도를 따라가며 같은 장소에 영역을 표시하다 보니 말라도 얼룩은 남습니다.
‘개들에게 옷도 입히는데 기저귀를 채우면 안 되는 걸까.’
생각이 막 떠오는 순간 아파트 외부를 청소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집게와 쓰레기봉투 그리고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이 작은 수레에 얹혀있습니다. 내가 공을 차는 옆으로 다가오더니 긴 손잡이가 달리 청소용 솔을 들었습니다. 물을 적셔 개가 소변을 봐서 짙어진 표면을 문지릅니다.
‘어쩌지요.’
청소하는 분이 지나가고 곧 다른 개가 지나가며 영역을 표시합니다. 잠시 후 솔을 든 분이 같은 일을 하며 되돌아갑니다. 곧이어, 또 다른 개가 그 자리에 영역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발끝으로 가지고 놀던 공을 갑자기 벽을 향해 있는 힘껏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개 주인이 힐끔 나를 쳐다봅니다. 펑하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것입니다. 공이 나에게 잘못한 게 없습니다. 하나의 습성이니 개도 그렇습니다. 개의 주인도 개의 입장이고 보니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청소하는 분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뭔가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어찌 되었든 나는 기분이 나쁩니다.
‘일찍 나와야 했어.’
한두 마리 보이던 개가 지금은 이십여 마리가 넘습니다. 삼천여 가구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보니 하루 종일 드나드는 개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개들이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의 용변에 짜증이 납니다. 손에는 비닐 주머니가 들려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을 즐겁게 하지 않으며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쉬는 날이면 더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려면 개들 때문에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보다도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발길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걷다가 때로는 피하기도 하고 멈춰 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개의 경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멀찌감치 돌아가고 아예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가끔 눈을 찡그리기도 하고 주춤하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개똥이 눈에 뜨였습니다. 허, 밟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개새끼, 견주 새끼.’
욕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대신 나는 개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물질에는 어떤 것이 있나 알아보았습니다. 개는 후각이 발달하여 있습니다. 기피하는 물질을 영역을 표시하는 곳에 문지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도 깨끗하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견주의 입장에서야 얼룩이나 냄새가 대수롭지 않겠으나 다른 사람의 느낌은 좋지 않습니다. 개들이 싫어하는 냄새의 물질을 알아냈습니다. 고춧가루나 독한 냄새가 나는 물질입니다. 세탁실을 보니 세제가 있습니다. 비누 성분이 있는 것입니다. 세척력이 높습니다.
‘이것을 뿌려볼까, 청소하는 분의 수고를 덜기 위해 알려줄까?’
그만두었습니다. 개가 뭐 잘못이 있겠습니까, 반려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견주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스스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견주가 선행을 베푸는 것일까. 개가 흔적을 남기며 지나갑니다. 청소하는 분이 뒤를 따라 청소용 솔로 흔적을 지웁니다. 삶이란 게…….
에이! 벽을 향해 공을 뻥 찼습니다. 공이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나에게 돌진합니다. 발로 멈춰 세웁니다. 공을 지그시 밟았습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