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영원한 것은 없다. 20230619
어느 날 아침 뉴스를 보니 마트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문이 열리려면 한 시간 이상 남아있습니다. 인력시장에 가려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포켓몬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랍니다. 주로 나이 든 사람들입니다.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줄을 서다니 꽤 맛있는 빵을 만드는 집인가 봅니다.
아나운서의 설명입니다. 아이들이 포켓몬 빵을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이 가게에는 아침마다 100개의 빵이 들어오는데 수요가 많다 보니 금방 팔리고 맙니다. 다음 날은 다른 방송에서 포켓몬 빵 소식을 전했습니다. 인기 폭발이라는군요. 인터뷰 실황을 알립니다.
“여기는 줄을 잘 서면 빵을 구입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뒤늦게 다가온 사람이 줄을 서는 대신 재빨리 앞사람들을 헤아립니다. 50명까지만 빵을 살 수 있으니 이 안에 들지 못하면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으니 1인당 2개까지만 살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늦은 몇 사람은 실망의 빛을 보이며 자리를 떴습니다.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하던 때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두 달은 기다려야 순번이 온다고 하던 시기입니다. 이런 불편한 상항에서 줄을 잘만 선다면 살 수 있으니 한두 시간쯤이야 줄을 서는 것이 대수이겠습니까.
지금은 포켓몬 빵의 열풍이 시들해졌습니다. 인기에 편승해서 많은 곳에서 빵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줄을 서는 것은 고사하고 남은 포켓몬 빵이 주인을 기다리는 실정입니다. 빵의 모양이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유행의 열풍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사람들의 주위를 떠납니다. 유행이 변하지 않고 늘 그대로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소비 형태도 늘 같겠지요.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창조해야 합니다.
유행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과학과 아이디어의 접목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여 좀 더 나은 것을 추구하게 합니다. 과학의 발전을 말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된 나의 지난날의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포켓몬 빵과 같다면 같고 다르다면 다릅니다.
한창 음향기기인 워크맨카세트가 유행하던 시절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기기는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손안에 드는 작은 기기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큰 오디오 기계가 작아져 사람들의 손이나 주머니에 쏙 들어갔습니다. 걷거나 차를 타거나 관계없이 카세트테이프만 있으면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언어도 청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하고 선물로 인기가 있던 물건,
어느 일요일입니다. 아침 일찍 앞산을 올라갔다 집을 향해 내려오는 중 전자 대리점 앞에 사람들의 긴 줄이 보였습니다. 그들 앞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이 뒷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살 수만 있으면 횡재인데.”
앞뒤 사람은 노인 부부입니다.
대리점에서 선착순으로 워크맨 카세트를 할인행사 중이라고 했습니다. 안내 문구에 의하면 최신형으로 부피가 가장 작고 두께도 얇습니다. 그것도 40퍼센트나 말입니다. 부부는 손자·손녀에게 하나씩 선물을 할 생각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슬그머니 그들의 뒤에 섰습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새참 때가 다 되었네.”
아들은 나를 기다리다 먼저 식사했답니다.
다음 주에는 꼭 사야겠습니다. 세일 행사가 한 번 더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워크맨 카세트를 손에 넣었습니다. 아들 거 하나, 내 것 하나입니다. 나는 물론 아들도 기계를 보는 순간 흡족해했습니다. 횡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것을 샀으니, 평생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빵과 별로 다를 게 없게 되었습니다. 빵은 빵의 길이 있고 워크맨은 워크맨의 길이 있습니다. 포켓몬 빵은 흔해져서 시들해졌습니다. 워크맨은 새로운 기기의 출현으로 사양길을 걸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생겨나고 새로운 음원 기기가 탄생하면서 슬그머니 사람들의 손에서 밀려났습니다. 어느 순간 워크맨보다 편리하고 좋은 기계가 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모든 것들이 변화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발명품, 그리고 개량을 거듭하는 통신 기기의 새로운 발전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어느 날입니다. 나는 형수와 이야기 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백 년이 아닌 천년을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세월이 단숨에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전자 기기가 있습니다. 지금의 제품보다 성능이 뒤져서 쉬고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새로운 제품의 출현으로 호환이 되지 않아 사장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를 어쩌지요. 버리기는 아깝고 두자니 짐이 됩니다. 새벽같이 줄을 서서 구입한 워크맨 카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도 멀쩡한데 요즘은 시대에 맞는 카세트테이프를 만들지 않습니다. 수효의 부족이 원인입니다. 짐을 정리하면서 워크맨 기기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서랍에 다시 넣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