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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141. 폭우 20230727

by 지금은

오리농장주의 말입니다.

“오리가 물에 빠져 죽었구먼요.”

“에이 무슨 그런 말을.”

“정말이라니까요.”

올해의 장마는 예년과는 달랐습니다. 장마 일수를 세어보면 예년에 비해 짧습니다. 며칠 상관이기는 해도 피해는 컸습니다. 이유는 국지성 폭우입니다. 시간당 내린 비의 양을 알아보니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입니다. 무려 네 배나 많게 쏟아진 곳도 있다고 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심한 폭우입니다. 하나는 제주도 여행을 할 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피사의 탑을 구경할 때입니다. 삽시간에 쏟아지는 세찬 비는 우산을 무시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방수를 자랑하는 신발이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롯이 내리는 비를 뒤집어썼습니다. 샤워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양동이로 물을 뒤집어썼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번 장마에는 되도록 바깥출입을 삼갔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가장 강력한 폭우를 만나야만 했습니다. 장례식장을 코앞에 두고도 전철역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실내에서 한동안 멀거니 밖을 주시해야 했습니다. 인도며 차도가 물에 잠겼습니다. 빗물이 시냇물이 흐르듯 낮을 곳을 향합니다.

외숙모가 전화했습니다.

“집에 있는 거야.”

올 사람이 늦게까지 보이지 않으니 궁금했나 봅니다.

“역 앞에 있는데 폭우가 장난이 아니라서…….”

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신발과 양말을 벗었습니다. 냇물을 건너듯 초록 신호에 재빨리 건넜습니다.

내 말을 들은 사촌 동생이 믿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잠시 보이지 않더니 밖을 내다보았나 봅니다.

“대단해요, 있잖아요. 그때 제주도 여행 때와 다르지 않아요. 운전을 할 수 없어 잠시 길가에 멈춘 일이 있었는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네요.”

그제야 몇 사람이 밖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문상 온 시골 친구가 거들었습니다.

“말도 마. 집 앞 개울물이 동네를 삼킬 뻔했어요.”

고라니가 허우적대며 몸을 두어 번 뒤집더니 물속으로 사라지고 발매한 아름드리 통나무들도 줄줄이 떠내려갔다고 합니다.

“별일이라니까요. 이제껏 살아왔지만, 오리가 물에 빠져 죽다니요.”

농장주는 허탈한 표정입니다. 폭우가 쏟아진다는 말에 밖을 내다보니 발목 정도 물이 찼답니다. 오리 농장이니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두 시간 후에 내다보니 농장이 물에 잠겼습니다. 어느새 무릎까지 차올라 흙탕물로 변했습니다.

오백여 마리가 죽었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닭이 이천 마리 죽었다는 말은 이해가 갑니다. 물을 좋아하는 오리가 물에 빠져 죽는다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오리도 흙탕물을 뒤집어썼습니다. 농장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죽은 것들은 주로 오리 병아리입니다. 아직 노랑 털을 벗지 못한 어린것입니다. 아기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듯 병아리도 농장주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홍수와 폭우의 피해는 비록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현상으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가뭄, 기온의 상승, 산불, 태풍, 해일의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전에 비해 발생 빈도나 강도가 높은 이유는 기후의 변화입니다. 무분별한 에너지의 사용은 대기의 온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노량진을 중심으로 집중 호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역에서 기다리던 시간입니다. 짧은 순간에 시간당 네 배나 되는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충북, 전라, 경상도 지방에 국지성 호우가 수많은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산사태가 나고 집들이 쓸려가고 매몰되었으며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전국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한 곳에서는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하였습니다.

수해 예방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합니다.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사람들이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입니다.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복구가 먼저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야 합니다. 다음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수해를 비롯하여 각종 재난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재난 문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코로나, 황사, 폭우, 폭염…….

하늘이 오랜만에 햇살을 드러냈습니다. 어느새 폭발하는 폭염에 건강을 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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