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사진 20230801
“얼굴 모습이 어울려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입니다. 아들이 다시 말했습니다.
“아버지와 제 얼굴의 구도가 어울리냐고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럼 여러 장 찍어봐요.”
아들과 나는 작은 말로 서로의 얼굴을 대비시켜 가면서 몇 번의 위치를 달리했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고 촬영 기능도 발전하여 누구나 쉽게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멋진 그림이냐 아니냐는 차후의 일입니다. 찍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장소도 특별한 곳이나 이유가 없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나나 아내는 사진 촬영에는 초보나 다름없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어깨너머로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틈틈이 작가들의 사진을 기준 삼아 우리가 찍은 사진을 놓고 품평합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많이 보고 많이 해보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전문가에게 배우면 습득이 더 빠른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욕심을 버리고 초보 수준을 벗어나 보통의 경지에 이르면 좋겠습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간과 투자가 따라야 합니다. 이 세상에 최고라는 것이 존재할까. 남이 최고라고 인정해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늘 마음에 안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나 다름없다는 내 생각입니다.
오늘은 아들이 여름휴가를 얻어 우리 식구가 나들이했습니다. 태안반도에 있는 절을 시작으로 수목원, 미술관, 해 오름 카페를 구경했습니다. 장소는 제각각 다르지만 빠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웃어 봐요. 동작을 이렇게…….
사진 찍기입니다. 위의 장소는 물론이고 경치가 좋아 보이는 곳이면 수시로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남의 말에 끼어들기를 떠올렸습니다. 토의나 토론할 때는 상대방이 말을 하는 중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지적입니다. 토의나 토론만이 아닙니다. 친구 여러 명이 모이다 보면 이야기가 서로 뒤섞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끝낼 때까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경우 가끔 서로 상대의 말을 제지하는 일이 있습니다.
“잠깐만…….”
오늘은 이와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말이 아니라 사진입니다. 찍는 시간이 서로 겹쳤습니다. 시간이라기보다는 순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릅니다. 아내가 아들의 모습을 찍고 있습니다. 아들이 내 모습을 찍고 있습니다. 내가 아내의 모습을 찍고 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찍힌 사람 모두가 휴대전화는 상대방을 향해서 들고 있습니다. 미술관으로 용도가 바뀐 폐교된 학교의 교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차 안에서 사진을 점검하다 발견했습니다. 몇 장이나 됩니다. 교실마다 대형 거울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거울에 비치는 모습까지 나타났습니다. 식구는 세 명인데 때에 따라서는 쌍둥이처럼 여섯 명의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대형 거울을 보면 장난 삼아 거울을 곁에 두고 사진을 찍어 내 모습이 앞뒤로 보이기도 하고 왼쪽이나 오른쪽이 붙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하는 중에 끼어들기, 사진 촬영하는 중 끼어들기’
생각지 못했던 것을 연관 짓게 되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촬영의 모습이니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내 생각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해 오름 카페에서는 이름 그대로 일출을 감상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일몰, 찾아갔을 때가 저녁이라서 해넘이를 보려고 했습니다. 이층에서 일몰을 찍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촬영하려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앞에 보이는 유리 벽이 꼭 우리 집 유리 벽을 닮았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거실에서 해넘이를 찍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해가 지자, 밖에 조명이 켜졌습니다. 나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조형물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초승달 모형의 조명등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토끼와 초승달’
언 듯 머릿속에 동화의 장면이 그려집니다.
“찍어봐.”
초승달에 걸터앉으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손을 대자 직감적으로 약한 플라스틱이라 깨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파인 달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들이 모습을 보고 함께 표정을 지어보자고 합니다.
아내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전체적으로 구도가 맞아요? 얼굴의 위치가 서로 어울려요?”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그렇지 뭐, 엄마는 요리조리 많이 찍고, 우리는 다양하게 위치를 이동하고…….”
집에 가서 맘에 드는 걸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뭐 그렇게 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각자의 마음이 합쳐졌습니다. 집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