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작품 전시회 20230805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 정도인 거야.’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 작품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내는 이미 자기 작품 앞에 서 있습니다.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내 작품이 최고야.’
생각하고 있겠다고 하는 마음이 듭니다. 서예 작품이 벽에 나란히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먼저 아내의 작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그러면 그렇지’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제일 낫구먼.”
경력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이미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복지관에서 한 학기 동안 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니어들이 갈고닦은 작품전시회입니다. 서예를 비롯하여, 민화, 팬 소묘, 색 연필화 등 15개 분야의 작품이 복도와 강의실을 채웠습니다.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이 작품을 둘러봅니다. 휴대전화 안에 맘에 드는 작품을 담습니다.
한 학기가 끝나고 한 달가량 지났습니다. 도서관에 가기 위해 잠시 복지관에 들러 신문을 보다 보면 사무실은 쥐 죽은 듯이 항시 조용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거야.’
수강생의 출입이 뜸하니 별로 할 일이 없어 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그들은 다음 학기를 맞이하는 공백 기간에 작품전시회와 개강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작품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규모나 작품의 질로 보아 올해는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학교에서 학예회를 할 때 함께 하는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려니와 선생님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한 달여 전부터 심혈을 기울입니다. 작품을 모으고 실내를 분위기에 맞게 꾸밉니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손이 많이 갔습니다. 지금은 행사장을 꾸미기 위한 상품성 물품들이 잘 갖추어져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짜 맞출 수 있지만 과거는 일일이 쓰고, 그리고, 파고, 오리고, 붙이고, 꾸미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두꺼운 종이의 글씨를 오리다 손가락을 베었습니다.
“선생님도 다쳐요?”
아이의 말이 걸작입니다.
내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입니다. 선생님은 화장실을 가지 않는 줄로 알았습니다.
전시회장을 대강 둘러봤습니다. 내 작품이 보이지 않습니다. 동료들의 작품도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전시회에 있어야 하는데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처음부터 천천히 복도와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없습니다. ‘사진 에세이’입니다. 평소 관심이 가는 사진을 찍고 간단하게 글을 올리는 작품입니다. 평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처럼 수업을 끝맺는 날 뒤풀이도 잘했는데 서운한 감이 듭니다.
큰 텔레비전 화면에서 영상이 돌아갑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앞으로 다가서서 주시했습니다. 나의 작품과는 관계없는 작품전시회의 전체적인 모습이 차례로 내 눈을 스쳐 지나갑니다. 강사의 말대로 작품을 냈습니다. 강사는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짜고 구성을 완료한다고 합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하지만 함께했던 수강생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작품 전시가 이미 빠져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래위층을 오르내리며 살폈지만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작품은 어디엔가 진열되어 있을 거야, 텔레비전 속 중간 어디엔가 숨어있는지도 모르지.’
직원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강사가 텔레비전에 각각의 동영상으로 작품을 띄우겠다고 했을 때 불현듯 학교의 작품전시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 작품마다 시간과 관계없이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습니다.
‘팝업북을 만들면 좋겠는데.’
아이들과 해마다 행사를 치르다 보니 많은 요령이 생겼습니다. 팝업북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나름대로 연구하여 학생들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난이도의 차이는 있지만 작품이나 내용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내 작품에 신경을 쓰다 보니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었습니다. 나는 내 경험에 비추어 그들의 노고를 짐작합니다.
‘우리들의 작품이 어디엔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집에 와서 전시회 안내서를 다시 펼쳤습니다. ‘사진 에세이’ 분명 전시 항목에 있습니다. 뭐 야, 내 눈이…….
다음 주에는 다시 전시회를 차근차근 둘러보고 그들에게 감사의 말도 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