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10분 글쓰기 20230902
오늘부터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글쓰기 잡화점, 쓰는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에세이입니다. 그중에서도 편지 쓰기가 주목적입니다. 통신 매체의 발달로 손 편지 쓰기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예전만 해도 일 년에 몇 차례씩 쓰던 편지가 점차 뜸해지더니 어느새 내 손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전화가 차지했는데 요즘은 전화와 문자가 대신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편지 쓰기를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라서 그렇지, 어머니와 삼촌, 숙모께 쓴 것이 이십여 통 됩니다. 유명을 달리하셨으니 전해드릴 수 없는 게 좀 안타깝습니다. 내용이라면 살아계실 때의 고마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가끔 각종 단체에서 손 편지 쓰기 모집이 있지만 응모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곧 쓰고 싶지만, 막상 펜을 드니 그 많던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가 없습니다. 왠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꼭 하고 다짐했지만 이렇게 흘려버린 기회가 여러 번 있습니다.
강사는 열의가 대단합니다. 첫 수업이 끝나면 다음 시간부터는 수강생들의 작품을 돌아가며 발표시키고 토의를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나는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미리 써 놓은 게 있으니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해도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구나 남 앞에 내용을 펼쳐 보인다는 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의 편지글 형식처럼 구색을 갖춰 가며 써야 할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써야 할지 궁금합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선수를 칠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다음번 모임에는 순서가 결정될 것입니다. 잘 쓰든 못 쓰든 매일 쓰는 글이니 편지글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습니까. 글 자체가 낯선 것이 아니고 보면 함께 모인 사람들과 충분히 어울릴 것입니다. 모르지요, 나이 차이가 있으니, 구세대와 신세대의 틈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어머님 상서, 일양 앙망하시옵고…….’ 이런 구시대의 언어는 나도 어려우니 접어두고 현대의 언어에 맞게 써야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편지글을 읽은 일이 없으니 글쎄요, 언어의 세계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마음에 둘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강사가 여러 가지 내용을 말하던 중 일상의 글쓰기를 강조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와 함께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지 의향을 물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고 보면 답도 당연하리라 믿습니다. 쓰지 않고 좋은 글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꾸준히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잘 쓰고 싶다면 매일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자기 경험을 살려 30분 글쓰기를 강조합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쓰기를 권합니다.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최소한 10분, 아니 5분 간이라도 해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을 말했지만 아무 때라도 좋습니다. 이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입니다.
강의 시간 중 30분은 할애할 수 없으니 10분간 쓰기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제목은 자유이고 주제를 정해 현재의 시간 ‘지금’ 있는 일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땡’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나 여기 있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글쓰기 담당 사서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난번 강의 프로그램이 마음에 걸렸다.
“신청했는데요.”
내 이름이 명단에 없다. 자리에 앉아 강의 막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내 신청 현황을 확인했다. ‘이럴 수가’ 없다. 분명 신청을 했는데 내 서툰 손가락이 마지막 단추를 누르지 못했나 보다. 으레 신청됐거니 했는데 난감하게 됐다. 곧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사실을 말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사서는 강의를 듣게 해주고는 싶지만, 대기자가 많아 다음 기회에 신청하라고 하며 날짜도 알려주었다.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공원을 걷고 있다.
‘땡’ 소리가 울렸습니다. 글을 써보니 어떠셨어요? 각자 느낀 점을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내 생각을 말했습니다. ‘지금’ 시간에 관해 쓰라고 했는데 쓰다 보니 과거를 끄집어냈습니다. 처음 생각같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글 속에 과거가 들어있습니다.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부분이 과거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주제를 벗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초고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기에 누군가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했나 봅니다. 고치고 고치다 보면 어느새 처음 원고는 한두 문장을 남기고 사라지는 때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어떨까요. 요즘 시간을 내어 그동안 쓴 글을 읽으며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현재에서 과거의 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글을 살펴보면 문장 문장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내용이 어긋나거나 이 내용 저 내용 혼재되어 주제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글을 본 강사가 말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고 내용이 많다며 글을 소주제로 나누어 내용별로 다시 써보라고 했습니다. 이미 쓰인 한 편의 글을 서너 편의 글로 써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머리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지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글은 무작정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짧으면 내용 전달이 안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 초기의 글은 무작정 길었습니다. 많이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있었는지 모릅니다. 글을 교정할 때 줄이기는 쉽지만,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곳간에 쌓인 곡식을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글 쓰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쓰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