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반딧불이 20230903
‘반딧불이 축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우연히 가을 축제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남 함평에서 열리는 축제이거니 했는데 무주입니다. 착각을 했습니다. 함평에서도 나비 축제가 열립니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혼동이 됐습니다. 웬 ‘반딧불이 축제야’ 했는데 생각해 보니 반딧불이를 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그 흔했던 반딧불이를,
내가 어렸을 때는 반딧불이라는 말보다는 개똥벌레라고 했습니다. 우리 고장에서만 쓰인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개똥처럼 흔해서 개똥벌레라고 불렀습니다. 여름철부터 가을까지 밤이면 반딧불이가 온 동네를 휘저었습니다. 동네뿐만 아니라 들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어쩌다 보니 보호종으로 지정되었답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늦은 저녁이면 안 마당에 멍석을 펴고 식사를 끝낸 후 식구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당 한 구석에서는 모깃불이 피어오르고 수없이 반짝이는 공간에서 하늘의 별을 셉니다. 동요를 부르기도 합니다. 반딧불이가 마당을 휘젓고 돌담을 넘나듭니다. 담장을 가린 호박꽃이 궁금한지 숨바꼭질하기도 합니다. 별과 반딧불이가 어우러진 하늘은 불꽃놀이의 장소입니다. 어느새 한두 사람씩 하늘을 향해 눈을 감았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낸 피곤함이 잠을 불러옵니다.
나도 형 옆에 누워 눈을 감으려다 반짝 눈을 떴습니다. 숙제가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이 내일 공부할 곳을 세 번씩 읽어오라고 했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석유가 떨어졌습니다. 등잔불을 켤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옛날 어느 훌륭한 사람은 달빛에도 책을 읽고, 반딧불을 모아 책을 읽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살그머니 일어났습니다. 호박꽃으로 다가갔습니다. 꽃 속에서 반딧불이 반짝입니다. 호롱불입니다. 나는 그 호박꽃줄기를 잘랐습니다. 책에 비춰봅니다. 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딧불이를 모으는 거야.’
여러 마리를 모았습니다. 글씨가 보입니다. 세 번 읽었습니다. 한 번 더 읽고 싶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욕심에 또 한 번 읽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호박꽃을 살펴보니 생각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놓아주면 될 줄 알았는데 모두 죽었습니다. 불쌍함 보다는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오늘 밤에 또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흔한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많던 반딧불이가 환경 파괴와 공해로 인해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세계의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나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어디 반딧불이뿐이겠습니까. 그 흔하던 나비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해마다 함평의 나비 축제라는 행사를 개최하게 했습니다. 동식물이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지만 죄 없는 동식물이 삶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봄에 학습관에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그림책 중에 「잘 자, 반디야」를 보았습니다. 전깃불이 나가자, 나무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겁이 나 잠들지 못하던 니나가 반디를 병에 담아와 함께 노는 이야기입니다. 소꿉놀이, 그림자놀이를 하는데 반딧불 빛이 점차 흐려집니다. 니나는 건전지를 대보고 초콜릿을 줘보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그럴까 하는 마음에 반딧불이를 놓아주었습니다. 반딧불이들이 창을 따스하게 비추자 니나는 반디에게 인사를 하고 잠이 듭니다.
반딧불이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수명은 1년 정도이며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의 한살이를 거칩니다. 다슬기나 달팽이를 먹으며 날 준비를 합니다. 어른벌레가 되면 이슬만 먹는다고 합니다. 어른벌레의 삶은 15일 정도로 짧습니다.
도시에 사는 나는 반딧불이를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공해와 밝은 빛 때문에 별을 따기만큼이나 보는 자체도 어렵습니다. 별과 반딧불이를 감상하고 싶다면 때를 맞추어 시골을 찾아야 합니다. 축제의 장소는 여러 군데가 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은 인천의 계양산입니다.
“여보 내일 밤 우리 결혼기념일 축하 겸, 반딧불이 축제에 참여할까요?”
“무슨 뚱딴지같은 말을 한 달이나 남았구먼.”
“마음이 급한데 앞당기면 안 될?”
천천히 홈페이지에서 계양산을 둘러봅니다. 40여 년 전의 정겨웠던 옛 모습이 아닙니다. 너무 깔끔한 체를 하였군요. 자연미에 인공미를 덧씌웠습니다. 내가 옛 장소를 잘 찾지 않는 이유입니다. ‘산천은 의구하되……’ 나는 자연의 옛 모습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