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생각해 보니 20230911
어제는 집 안에 있는 물건에 관해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없는 것도 있지만 쓸데없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날만의 일은 아니지만 종종 버려야 할 물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내 마음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내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꿈이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살던 곳입니다. 다가온 환경이나 사람들이 조금 달랐을 뿐입니다.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더라.’
꼬집어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일을 겪었습니다. 내 정서에 도움이 되는 생활입니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고 도시에서 성장했지만 섬의 또 다른 환경은 나를 잠시 신세계로 이끌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동화적인 생활을 했다고 믿어야겠습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언어 속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처럼, 나 또한 이렇게 여기고 싶습니다.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텅 빈 머리가 알 듯 모를 듯 채워진 무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빈 몸의 삶이 내 주위에 서서히 물건이 쌓이고 이 많은 물건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인 집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채워야 할 것보다는 버려야 할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비례해서 나의 마음도 성장했습니다. 늘 부족하다고 여기던 공허가 하나둘 메워가며 지식이 하나둘 머리를 채워갑니다. 이 중에는 버려야 할 망상도 있기는 하지만 쉽게 내버릴 수 없습니다. 부자가 되고 왕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습관이랄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성격이란 게 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비슷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따라 몸이 가고 몸 따라 마음이 갑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살다 보니 다른 때도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넘어졌습니다. 특히 빙판길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입니다. 마음은 안 넘어지려고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입니다. 그만 먹어야지 했는데 손은 음식을 들어 입속으로 넣어줍니다. 집안에 쌓이는 물건을 버려야 한다고 마음이 말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잠시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습니다. 마음 이야기를 하려는데 몸이 오고 마음과 뒤섞였습니다. 다시 마음으로 옮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가면서 부와 지식, 지위를 탐내기도 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는 어느 것에 관심을 두었을까. 부와 지위와는 거리가 멉니다. 셋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지적인 면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양이나 지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유년기에는 이런 마음이 없었습니다. 또래와 어울릴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병약한 몸이었기에 늘 혼자 움직이고 혼자 놀았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다름도 알았습니다. 눈에 뜨이는 것은 친구들과는 달리 내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입니다. 처음 연필을 잡았는데 잡은 손이 다릅니다. 능력도 다릅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 제각각입니다. 나는 무엇을 하나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습니다. 부지런함도 끈기도 부족했습니다. 직장을 얻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기 위해 애썼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두각을 나타낸 것도 없습니다. 평범한 사회인이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지금처럼 공부하면 서울대학교에 가고도 남았겠지.”
나의 혼잣말이면서도 아내의 말이기도 합니다. 직장을 그만둘 시기가 되어서야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삶이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 힘을 소비했습니다. 남이 나의 결점을 지적할 때 그것을 메우고 향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오로지 내 안에 잠재해 있는 무엇인가를 꺼내어 발전시키고 향상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이겠습니까.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조용한 성격, 평생의 반을 아이들 교육으로 보냈습니다. 책과 동심의 세계에서 한세월을 살았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닙니다.
‘도둑질이라고는 배우고 가르친 것뿐.’
주위에 아는 사람들은 배우는 게 지겹지도 않으냐고 말합니다. 몸에 배어버릴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동안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했으니,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했습니다. 하루의 일과 중 독서와 글쓰기는 기본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배움터를 이곳저곳 찾아다닙니다. 고등학생이 수학능력을 대비하여 공부하듯 열심히 하지만 앞서서 달리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전자 기기의 발전과 새로운 학문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인공지능’을 배우기 위해 학습관을 찾았습니다. 생소한 강의라서 겁을 잔뜩 먹었는데 간을 보았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끼었지만, 따라갈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사를 귀찮게 하며 견뎌보기로 했습니다.
결론을 말해야겠습니다. 이제는 남과의 비교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물건은 버릴 게 있어도 지식이나 기술은 버릴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아 나가도록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