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조그만 탁구 20230913
오랜만에 탁구를 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땀을 흘렸습니다. 한동안 탁구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아내가 뜬금없는 말을 했습니다.
“탁구 해야지”
“무슨.”
책을 읽던 중이라 거절하고 싶었지만 못 이기는 척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탁구 라켓이 어색합니다. 몇 년 만인지 모릅니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입니다. 아래층에 탁구실이 있습니다. 둘러보니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게 없는 잘 꾸며진 장소입니다. 아내에게 탁구 하자고 말했습니다. 선 듯 따라나서 몇 차례 운동했습니다. 며칠뿐입니다. 맘에 내키지 않는지 그만두었습니다. 나는 탁구를 잘하지 못하지만, 아내는 더 못합니다. 서로 받아넘기는 것도 잘되지 않습니다. 계속하면 나아지겠지만 흥미가 없습니다.
나는 탁구 경력이 꽤 됩니다. 꾸준히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먹고 할 때는 밤을 새운 일도 있습니다.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입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학교입니다. 밤에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한동안 책을 보거나 붓글씨 연습을 했는데 내가 전근을 하기 일 년 전에 이 고장에도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남폿불에 의지하던 내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한 마디로 밤눈이 밝아졌습니다.
가끔 방과 후에 하던 탁구가 밤까지 연장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없으니 자연스레 나와 동갑인 학교 관리인과 식구처럼 생활했습니다. 숙직실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탁구를 좋아했습니다. 젊은 시절 도 대표로 시합에 나가기도 했답니다. 시간이 나면 자연스레 직원들과 탁구 했습니다. 가끔 술이나 먹을거리 내기 시합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잡아본 라켓이지만 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짧은 기간에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자세를 바로잡아야 해요.”
내가 생각해도 자세 불량입니다. 공을 그저 넘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제대로 기본기를 익히지 못했습니다. 실력이 있는 교장선생님이 지도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잘 넘기면 되지 뭐, 하는 생각입니다. 내 생각과 같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웬만큼 공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직장을 옮기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방학 중 탁구를 하고 있는데 졸업생이 찾아왔습니다. 군 대표랍니다. 여학생이 치면 얼마나 치겠어, 하는 마음으로 대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나중에는 정신을 집중했지만, 결과는 창피하다는 말로 대신해야겠습니다. 학생은 위의 말처럼 시간이 나면 거울을 보고 자세 연습을 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후 탁구를 가까이할 기회는 드물었습니다. 몇 년에 한 번 라켓을 잡아보는 정도입니다. 섬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할 때입니다. 사택에서 혼자 있다 보니 시간이 남습니다. 한동안 바다로 산으로 쏘다녔습니다.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빈 교실에 탁구대 두 개가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십여 년 전에 근무하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교무실 장식장에 트로피가 있습니다. 시 대회에 나가 받은 것입니다. 학부모에게 탁구 이야기를 꺼냈더니 곧바로 용품을 사다 주었습니다. 방과 후에는 놀이 삼아 아이들과 탁구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찾아와 함께 어울렸습니다. 그중에는 대회에 나갔던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는 신임 인사차 파출소 직원이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컴퓨터를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과 후 아이들의 계획된 몇 가지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한동안 탁구가 유행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영향입니다. 곳곳에 탁구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유행에 휩쓸리지 못했습니다. 탁구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서라고 해야겠습니다. 탁구만 운동입니까. 한동안 자전거에 미친 때가 있었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에도, 수영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탁구만큼은 늘 걸음마 수준입니다. ‘또닥또닥’ 네트로 넘기는 것도 잘 안 됩니다.
한동안 아내에게 탁구 하자고 졸랐는데 자세가 중요하다며 거절했습니다. 처형이 준 라켓이 진열장에서 깨어날 줄을 모릅니다. 몇 차례 치근대다 포기했습니다.
‘자세가 최고는 아니지, 운동이 중요한 거지.’
“처야 탁구지 바라본다고 탁구인가?”
처형의 말에 아내의 마음이 변했나 봅니다. 지금 같아서는 탁구를 지속할 것 같습니다. 새 라켓이 닳아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