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크리스마스 꽃 20230925
죽다 살아났습니다. 시름시름 앓더니만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야 기력을 찾았습니다. 버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갑자기 잎이 끈끈해졌습니다. 마치 꿀을 발라놓은 것 같습니다. 전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기까지 합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잎이 마르며 하나둘씩 떨어졌습니다. 다복하게 잎을 달고 있던 나뭇가지가 휑합니다.
‘왜, 이러는 거야.’
겨울 크리스마스 때는 붉게 물든 탐스러운 잎을 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미리 해두었는데 실망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더웠습니다. 열대야는 어느 해보다도 길었습니다. 장마와 폭우, 태풍으로 인한 비도 자주 내렸습니다. 공기 중의 습도가 생각 이상으로 높았습니다. 집안의 물건들이 한동안 눅눅했습니다. 열대야보다 몇 배나 길었습니다.
시름시름 앓은 화초를 보다가 너무 더워서 그럴까 하는 마음에 거실에서 베란다로 옮겨봤습니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부족해서일지 하는 마음에 다시 거실로 옮겼습니다. 배수가 잘되지 않아서일까, 화초 가꾸기 설명서대로 주기적으로 물을 주었는데 횟수를 줄여 보았습니다. 나아지지 않고 모습이 점점 초라해집니다. 잎이 노랗게 변하며 생기를 잃었습니다. 가지와 잎에 군데군데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일부는 검게 변했습니다.
살려 보아야 합니다. 걸레를 빨아 끈적이는 잎을 하나하나 닦았습니다. 아이를 목욕시킨 듯 추레하던 모습이 깨끗해졌습니다. 며칠 후 끈적임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다시 걸레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닦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외양만 깨끗해 보일 뿐입니다. 화분에 물을 주려고 옮기는데 화초에서 하얀 먼지 몇 개가 나는 느낌이 듭니다. 자세히 살피니 잎의 뒷면에 허연 것이 보입니다.
죽으려면 죽고, 살려면 살고 하는 마음으로 모기약을 살짝 뿌렸습니다. 효과가 있는지 며칠 후 관찰하니 하얀 먼지같이 날리던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아내가 보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에 비해 생기가 도네. 어떻게 했어요?”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 영양제 생각을 못 했는지 모릅니다. 가끔 화초가 건강해 보이지 않는 것 같을 때 영양제를 준 일입니다. 빈 화분에서 쓰고 남은 영양제를 찾았습니다.
“살아났네, 제 모습을 찾았어요. 어떻게 했기에…….”
며칠 후 아내가 말했습니다.
잎이 많이 떨어져 나무가 날씬해지기는 했어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다이어트를 한 느낌입니다. 키가 커진 느낌도 듭니다. 홀쭉해져 그렇게 보입니다. 늦기는 했지만, 가지에서 새로운 잎이 많이 돋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왜 나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빨간 잎일 때는 보기 좋다는 생각에 매일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봄이 되자 새로운 잎의 변화에 따라 한동안 입에서 멀어졌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꽃’
인터넷에서 정확한 이름을 찾았습니다.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는 울긋불긋한 잎사귀와 진한 초록 잎이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식물입니다. 포인세티아 하나로도 얼마든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으므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식물입니다.
포인세티아의 꽃말은 축복입니다. 이와 관련된 아름다운 전설이 있습니다. 16세기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제단에 선물을 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작은 소녀는 너무 가난하여 예수님께 바칠 선물이 없었답니다. 할 수 없이 소녀는 겸손한 마음으로 길가의 잡초들을 모아서 교회로 갔습니다. 제단에 다가갔을 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잡초에서 붉은색과 연두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이 바로 포인세티아이고, '성스러운 밤의 꽃'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그 후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포인세티아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작년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우리 집에 왔습니다. 썰렁한 실내를 따스하게 감싸주었습니다. 바라보는 마음으로도 겨울이 한결 포근했습니다. 다시 몇 그루의 포인세티아를 사 와야 할까, 생각했는데 다행입니다. 영양제를 몇 차례 더 주어야겠습니다. 올겨울도 마음이 따뜻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