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12. 양 한 마리 20230925

by 지금은

특이한 양 한 마리가 눈에 띕니다. 액자 속의 양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너편 벽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벽을 뚫고 더 먼 곳으로 생각을 옮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 한 마리.”

문득 쌩 떼지 페리의 「어린 왕자」 속 동물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상자 속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양과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양은 몸통이 온통 몽실몽실한 가지색의 털로 덮여있습니다. 나머지 머리와 다리는 털을 깎은 듯 맨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털은 그린 것이 아니라 윤곽선 안으로 화선지를 붙인 상태입니다.

나는 지금 그림 전시회에서 다양한 그림을 둘러보는 중입니다. 가까이서 보다가 뒤로 한 발짝씩 천천히 물러났습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감상하는 습관입니다. 거리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몇 차례 앞뒤로 움직였습니다. 나는 움직이는 동안에 여러 마리의 양을 겹쳐 봅니다. 실제의 양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그림책에서 보는 다양한 모습입니다. 유럽을 여행 중에 실제로 많은 양을 보았습니다.

나는 어릴 때만 해도 양은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양을 본 일이 없습니다. 사실은 염소를 보고 양이라 여겼습니다. 산촌에 살았지만, 우리 고장에는 염소가 없습니다. 양도 없습니다. 그림을 보아 알고 있을 뿐입니다. 할머니는 염소가 담배도 잘 먹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셨습니다. 한마디로 골초입니다. 가끔가다 아저씨에게 한 말씀하셨습니다.

“염소처럼 웬 담배는 그리 자주 피우는 거야.”

정말 염소도 담배를 피우는 줄 알았습니다. 내 생각에는 염소나 양이나 같은 것이니 따라서 양도 담배를 피우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염소는 좋은 동물이 아닙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염소 고기는 냄새가 심해서 먹으려면 냇물에 온종일 끌고 다녀야 한답니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이겠지요. 비위가 상한 사람은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염소는 환영받지 못할 동물입니다. 양도 그렇습니다. 나는 양과 염소가 같은 동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좋지 않은 게 있습니다. 염소는 주위의 땅을 못 쓰게 만듭니다. 먹성이 좋아 아무거나 잘 먹어 풀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나무껍질까지 벗겨 먹어 나무를 죽게 만듭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았더니 염소로 인해 섬 전체가 황폐해졌다면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번식력이 강해서 한 쌍의 염소가 수십 마리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잡기도 어렵답니다. 절벽을 잘 타는 관계로 산 채로 잡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생태계의 구성상 무조건 해로운 동식물은 없습니다. 좋은 점을 찾아보지 않았다 뿐이지 다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가축이 된 염소는 우리에게 고기와 젖을 주고 털은 우리의 생활품으로 이용됩니다. 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외모가 귀여워 아이들의 이야기책에 자주 등장합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모임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개에 대해 환담했습니다.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개고기 좋아해?”

“아니, 원래부터 안 먹어.”

나는 개를 싫어합니다. 살아있는 개나 죽은 개나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는 개가 가까이 오면 무섭습니다. 특히 큰 개입니다. 어려서 겪은 일 때문입니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종종 나를 얼어붙게 했습니다. 요즘 애완견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산책할 때면 아무 곳이나 용변을 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새 우리나라도 개고기를 좋아하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애완견, 반려견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대신 염소 고기가 보신탕으로 개고기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내가 잘 모르는 일이지만 광고에 의하면 염소는 약용 성분이 있고 건강식품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천시받던 동물이 사람의 입맛을 돋우는 모양입니다. 아직 시식은 해보지 못했으니 궁금합니다. 양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에서 잠시 먹는 이야기로 빠졌습니다. 내가 10여 분이나 양에게 눈을 떼지 못하자 봉사자가 다가왔습니다.

“이 벽면의 그림은 지적장애 자들의 작품입니다.”

나는 초등학생들의 그림이라 여겼는데 생각이 어긋났습니다. 동심이 살아있다는 느낌 때문에 세 벽면의 다른 그림보다 정이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옆의 그림은 색다른 물고기입니다. 몸 전체의 비늘이 색색의 타원형 수수깡으로 덮여있습니다. 어느 그림책에서 본 물고기와 흡사 닮았습니다. 그 물고기와 다른 점은 재료입니다. 책의 내용처럼 수수깡 비늘을 친구 물고기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나는 「어린 왕자」을 여러 번 읽었지만, 아직도 상자 속의 양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액자 속의 양이 어린 왕자가 말하는 양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양 한 마리 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