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23. 끝은 아무도 모른다. 20231003

by 지금은

인라인 경기가 있었습니다. 선두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인라인스케이트만큼 스릴감은 부족해도 경기하는 동안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이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사이클 경기를 연상합니다. 둥근 트랙을 달리는 스피드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를 비롯하여 많은 외국 선수가 꼬리를 물고 달립니다. 어느 선수가 어느 시기에 튀어나와 앞지를지 모릅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고 보니 잠시 한눈을 팔 겨를이 없습니다.

트랙을 돌 때마다 순위가 바뀌더니 드디어 우리나라 선수가 앞섰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내달립니다. 결승선에 가까워져 올수록 우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일등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니 일등이 확정되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결과는 이등입니다. 전광판에 이름과 함께 시간이 기록되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뭔가 오심이 있었던 거야 하고 판단하는 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느린 화면에 보입니다.

“이런 일이…….”

나도 모르게 한탄 섞인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나도 그러니 선수의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 잠깐의 방심이 금메달에서 은메달로 변경되는 순간입니다. 나는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 게임 중 인라인스케이트 경기를 보는 중입니다. 결승점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일등이라는 확신에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한 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뒤따르던 외국 선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앞발을 길게 내밀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간격이 천분의 이초 차이입니다. 원래의 자세대로 두 손을 치켜들지 않고 결승선을 밟았다면 무난히 목표에 도달했을 겁니다.

나와 이를 바라보는 응원단도 잠시 허탈해했습니다. 단체경기이고 보니 본인은 물론 나머지 선수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우승으로 생각하고 태극기를 높이 들던 선수들은 그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실수를 저지른 선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보듯 풍경은 비슷합니다. 이긴 선수와 진 선수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늘 비슷합니다. 이긴 선수들은 환희에 차서 겅중거리며 환호하고 기쁨의 눈물을 쏟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진 선수들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고 때에 따라서는 탈진한 몸을 어쩌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기도 합니다. 복받치는 설움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노력의 열매가 한순간 물거품이 되었다는 야속함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런 모습을 축구 경기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선수가 많다 보니 더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 중 하나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비록 선수가 아니지만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가끔 나라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교직에 있을 때 아이들의 운동을 지도한 일이 있습니다. 달리기, 씨름, 핸드볼 등입니다. 작게는 반 대항이 있고 학교끼리의 시합도 있습니다. 군 대회, 도 대회도 있었습니다. 적게는 한 달 길 때는 일 년의 훈련 시간이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실력 차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지는 때가 있지만 실수로 패하는 일도 있습니다. 실력이야 그렇다고 수긍하지만, 실수로 졌을 때는 그 속상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이니 하나 더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얼마 전 국가 대항 야구 경기가 있었습니다. 막상막하의 시소게임을 할 때입니다. 한 선수가 기분 좋게 안타를 쳤습니다. 내달려 이루 베이스에 이르렀습니다.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찰나 공을 이어받은 선수가 그의 몸에 글러브를 댔습니다.

“아웃”

이어 심판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한동안 어이없어하던 선수는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동영상을 보여줍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두 선수의 모습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메라의 발전은 선수들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잡아줍니다. 이 선수는 이후 국민에게 많은 질책을 받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귀국 후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했습니다.

개인의 영광을 위해 하는 운동이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개인의 영광을 위해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다시 말하면 국가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하는 일에는 관계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시합이던, 시험이던, 아니 평상시의 하는 일에도 끝마무리를 잘해야 합니다. 끝이 좋아야 결과가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요? 나라고 해서 실수가 없겠습니까. 요즘 일어난 결과입니다. 책에 글을 한 편 써낼 일이 있었는데 교정을 열심히 했지만, 허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열 번 이상을 봤는데 내용 중 한자가 잘못되었습니다. 책을 받고 보니 이를 잡듯 했는데도 맞춤법에 이상이 있습니다. 오자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다음번입니다. 비슷한 일이 생길 뻔했습니다. 밤새워 글쓰기에 도전했는데 원고를 제출하고 집에 와서 내용을 다시 한번 살폈습니다. 문장 중 한 자가 빠졌습니다. 부랴부랴 전화해서 인쇄에 들어가기 전 교정을 마쳤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

올바른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는 이겼다고 이긴 게 아니고, 완성됐다고 완성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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