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한글 사랑 20231007
이맘때쯤이면 서울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한글사랑 축제를 엽니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늘부터 개최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축제를 연다는 홍보 벽지가 붙고 각종 매체를 통해 알리지만 나에게는 특별히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는 한글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며 특히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기와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듯 자연스레 우리글과 함께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들고 생활했습니다. 우리말과 글은 마음속을 파고들면 많은 것들을 생산해 냅니다.
내가 처음 학교에 입학하자 한 단계, 또 한 단계 한글의 획과 낱자를 익히고 낱말과 문장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글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삶은 모방에서 시작되듯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내가 교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도 같은 과정을 밟아가게 했습니다. 내가 한글을 깨칠 때와 처음 교직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배움의 단계에서 별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한글을 모르고 입학을 한 것처럼 내 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조합을 하여 글자를 익혔습니다.
‘철수와 영이’
‘바둑아, 바둑아, 이리 와 놀자.’
낱자를 익히고 나서 더듬거리며 낱말과 문장을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 학년을 담임했을 때입니다. 일 학기 동안은 답답했습니다. 저 아이들이 언제 한글을 깨치나 하는 조급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계획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종종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하고 더디고 더딘 아이에게는 나머지 공부를 시켰습니다.
마음이 바쁜 가운데 어느새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 학기가 되었습니다. 한 달이란 기간이 아이들에게는 몸과 마음의 성장을 부추기는 시간이 되었을까요. 일 학기의 답답함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한글을 익혀갔습니다. 낭독을 시킵니다.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글 빼앗아 읽기도 시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싶어 설명을 붙입니다.
‘글 빼앗아 읽기’
한 사람이 글을 읽으면 반 아이들의 눈이 함께 글줄을 따라갑니다. 읽어가는 중 틀리게 읽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재빨리 손을 들고 일어나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 이어 읽어갑니다. 틀린 부분을 잘 집어 여러 번 읽은 학생에게 칭찬의 보상을 해줍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면이 있지만 몰입의 기회를 마련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에도 할 것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책 읽기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끈이 되기도 합니다.
‘받아쓰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루의 일과가 끝날 무렵이면 받아쓰기합니다. 일 학기 때와는 달리 담임인 나도 재미있습니다. 나날이 작대기의 숫자보다 동그라미가 늘어납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합니다. 다그치는 일이 점차 줄어듭니다. 그렇게, 그렇게 학년이 바뀌어 가면서 아이들은 몸이 성장하고 지식도 성장합니다.
내가 퇴임할 때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이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서서히 불붙은 교육열은 꼬마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 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보니 대부분 한글을 읽고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을 정도의 수준을 갖추었습니다. 모두 자식을 용으로 만들려는 의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교육과정의 수정이 필요하겠지요. 그러지 않아도 5년마다 교육과정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이 점점 향상되고 있으니, 지금은 더 단축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속담은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눈에 달고 사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 주를 이루었다면 퇴임 후에는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독서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어느 날부터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먹고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무조건 쓰는 습관을 길들이려고 하루 중 일부는 책상에 앉아봅니다. 각종 글쓰기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밤새워 한 꼭지의 글을 쓰는 기회가 있어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한글날 행사를 위해 교육청 잔디 광장에서 ‘한없이 소중한 우리 글’이란 주제로 훈민정음 577돌 기념식을 했습니다. 올 일 년 동안 학교와 도서관, 학습관에서 모은 글들을 책으로 엮여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내 글도 이 속에 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그것도 십 년이 지난 이후 처음으로 밤을 새워 글을 썼다는 게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인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축하하며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각종 체험활동도 했습니다. 삼행시 짓기, 마음에 드는 글 원고지에 옮기기, 독후감 그림으로 표현하기…….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라고 합니다. 어느덧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며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고 우리의 문화가 세계 속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 예술을 알고 싶어 하는 더 많은 사람이 한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들의 열기를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한글을 더욱 사랑하고 아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