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지렁이를 발견한 순간 20231008
‘휴, 밟지 않았네.’
잠시 균형을 잃었지만, 용케 비켜서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큰 지렁이입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몇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모두 죽은 것입니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왜 길바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온이 낮아졌으니 더워서 나온 것도 아나니 궁금합니다.
집 앞 건널목의 신호등이 초록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늘을 한 번 올려보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너무나 깨끗하고 투명한 모습이어서 그럴까요. 여름을 달구던 기온이 어느새 꺾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당황하지 말라고 전날 밤 아나운서가 귀띔해 주었습니다. 짧은 소매의 옷을 긴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썰렁함이 느껴집니다. 집을 나올 때 마주친 사람은 겁을 먹었는지 두툼한 옷차림 입었습니다.
건널목을 지나 경계석에 올라서려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간신히 발을 옮겨 물체를 피했습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문제야, 차도며 인도며 모두 바닥을 딱딱하게 만들어 생물들이 제대로 활개를 칠 수가 있어야지.”
비가 온 후에는 차도며 인도에 죽어있는 지렁이를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숨을 쉬기 위해 나왔을 터인데 길을 잘못 들어 인도나 차도로 나왔습니다. 햇볕이 나서 땅으로 숨고 싶지만, 방향을 잃은 탓도 있고 가야 할 곳이 멀어 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의 보도블록과 차도의 아스팔트 바닥은 사람의 힘으로도 바닥을 뚫기가 힘이 듭니다. 부드럽고 가녀린 지렁이의 몸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습니다. 곧게 내딛는 발걸음이 지렁이를 발견할 때마다 흐트러집니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함께 발의 위치를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옮깁니다.
어린 시절에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지렁이가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비 온 후에 지렁이를 발견하면 잡아서 만져보곤 했습니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부드럽다 느낌입니다. 벌레며 곤충들을 거리낌 없이 가지고 놀던 내가 지렁이를 징그럽다고 느끼는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도시에 살면서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늘 주위에서 가까이하는 삶이었다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과학 시간에 아이들에게 지렁이의 모습과 생태를 가르칠 때입니다. 몸의 구조를 알려줄 때 핀셋을 이용했습니다. 유리판에 놓고 머리와 꼬리를 구별하는 방법, 움직임, 촉감 등을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지렁이를 만져보고 느낌을 이야기하도록 했지만 나는 정작 지렁이를 만지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게 있습니다. 지렁이는 똥을 싸고 또 싸고 똥은 점점 늘어간다는 것과, 생산자이자 창조자라는 사실입니다. 땅을 정화하며 거름지게 합니다. 보기에는 징그럽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생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삶의 터전을 잃게 합니다. 좀 전에 말한 것처럼 바닥을 딱딱하게 만들고 해충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여러 가지 농약을 뿌립니다. 오로지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무분별한 일을 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식물이 보금자리를 잃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며칠 전 소똥구리에 관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어릴 때 흔히 보고 갖고 놀던 곤충이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찾았지만 실패하고 남의 나라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꿀벌들도 몇 번인가 떼죽음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벌은 지렁이 못지않게 유익한 생물입니다. 꽃들의 가루받이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가루받이는 바람이나 물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벌의 활동이 중요합니다. 벌이 한꺼번에 죽은 이유는 지구의 온난화 영향도 있고 살충제의 무분별한 살포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동식물을 사라지게 하는 원인 중 남획도 있습니다.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채취하다 보니 종족의 번식을 할 기회를 잃거나 잃을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라에서는 1급 보호 동식물, 2급 보호 동식물이라 등의 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아울러 사라져가는 생물의 복원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생물에게는 해가 되지만 또 다른 생물에게는 필요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무분별한 행동이 인류의 미래를 그르칠 수 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만일 지구상에서 지렁이가 없어졌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꿀벌도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