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한글날의 광화문 광장 20231010
“여보, 광화문에 가볼까요?”
한글 체험학습이라는 말에 아내는 오늘부터 한글 서예 작품을 준비해야 한답니다.
이틀 전 인천 교육청에서 한글날 기념을 겸해 책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초대를 받았습니다. 전시회장에는 내가 쓴 글이 담겨있는 책이 다른 책들과 함께 어울려 잔디밭 광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이책 저책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참가했습니다. 한글에 관한 여러 가지 체험학습을 했습니다. 삼행시 짓기, 글 원고지에 옮겨 쓰기, 퀴즈 맞히기……. 아이들처럼 즐겁게 지냈습니다.
오늘은 광화문 광장에서 한글날 행사 겸 체험학습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보다가 며칠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니 규모가 크고 내용도 다양하리라는 기대에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한글 체험학습이 재미있다는 말을 아내에게 자랑하고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걷고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 길이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광화문에 이르렀습니다.
시끄럽습니다. 많은 사람이 깃발을 들었습니다. 지역을 나타내는 깃발, 태극기, 성조기, 구호가 적힌 팻말입니다. 길가의 작은 트럭에서는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확성기에서 애국가, 구호,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노래들이 광장 하늘을 뒤덮습니다. 한글날을 축하하거나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구호입니다. 오늘 같은 중요한 날은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체험학습장에 도착했습니다.
인천에서 가다 보니 11시가 지났습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인파가 세종대왕 동상 앞을 가득 메웠습니다. 체험학습을 하려고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여섯 개의 천막 앞에는 띠를 따라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먼발치에서 천막 안을 기웃거렸습니다. 내용이 단조롭습니다. 붓으로 한글 써보기, 얼굴 그려보기, 글씨를 새기는 사람에게 돈을 내고 자신의 한글 도장을 받기 등이 전부입니다. 글을 쓰는 나는 전부터 필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사용했지만 날이 바뀜에 따라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이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의미 있는 도장이 될 것 같습니다. 줄을 섰지만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에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다시 다른 천막을 기웃거렸지만 아무래도 체험하기에는 무리입니다. 체험행사가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하의 한글 전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을 비롯하여 지금까지의 한글의 발전 과정이 벽을 따라 나열되어 있습니다. 전에도 몇 차례 방문했지만, 오늘은 다른 느낌으로 하나하나 둘러봅니다. 모두가 낯익은 모습입니다. 벽면 한쪽에 그동안 보지 못한 명함 크기의 종이가 있습니다. 대충 훑어보니 삼사십 장은 됩니다. 한글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안내자의 말대로 마음에 드는 종이를 세 장 집어 들었습니다.
각각의 글자에 대한 설명을 작가들의 생각 그대로 옮겨봅니다.
‘집’
기와의 형상과 기둥의 형상으로 집이라는 글자를 제작하였고, 사람의 웃는 모습과 닮도록 배치하여 집이라는 공간에서 웃음이 가득하기 바라며 디자인했다.
‘방’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방귀’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7세에 둘째가 ‘방귀’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크게 웃으며 서로의 교감을 쌓아간다. 즐거운 대화에 ‘방귀’는 너무 즐거운 소재이며, 아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준다. 한 글자를 ‘방’으로 선정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기억을 작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고, 형태와 색사에 특히 이 기억을 담으려 노력했다.
‘해’
‘해’라는 ‘해처럼 비나리’를 뜻하는 한글 이름이다. ‘해’는 이름 속 태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른하게 웃는 소리이기도 하고 미루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만들려고 때때로 스스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직 수평으로 놓여있는 단단한 직사각형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둥근 부분처럼 ‘해는 매일 뜨고, 뭔가 해낸 뒤 배시시 웃는 모습을 상상하여 글자를 만들었다. 한글의 모양을 새롭게 디자인해 보고 한 자 한 자에 각자의 의미를 담아본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이 K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의 것을 배우고 즐기려고 열광합니다. 따라서 한국을 더 깊이 알고 싶어 한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디자인 면에서 멋지다는 시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세계를 무대로 우리의 역사, 문화, 예술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한글 보급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한글만으로도 그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