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세계 속에 한글 20231010
송도에 세계 문자 박물관이 생겼습니다. 몇 년 동안 건물을 지었습니다. 공원에 야트막한 언덕이 만들어졌습니다. 언 듯 보기에는 언덕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와 반대입니다. 건물을 지은 후 외벽을 기점 삼아 언덕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문자 박물관’
박물관을 유치한다는 홍보가 있을 때부터 관심이 갔습니다. 터를 닦고 건물을 조성하는 가림막에는 세계의 오래된 문자들이 보였습니다. 페니키아 문자, 갑골문자, 그리스·로마자, 이집트문자……. 하지만 그중 만든 시기와 사람 그리고 목적 등이 명확히 알 수 있는 문자는 오로지 ‘한글’뿐입니다. 단지 24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11,000여 개 이상의 소리를 나타내고 적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두 적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문자 중의 최고로 평가합니다. ‘대지’라는 소설을 쓴 미국의 여류 소설가 펄 벅은 세종대왕을 가리켜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는 하지만 개관 첫날 박물관을 둘러보며 우리의 한글이 표현이나 글자의 아름다움에서 다른 문자에 앞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매일 마시는 공기를 두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공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봄철이 되어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의 호흡기를 불편하게 할 때야 잠시 중요성을 느낍니다. 온종일 배고픔을 참고 견딜 수는 있지만 잠시라고 코와 입을 막고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잊고 삽니다.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았을 때입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말과 글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이에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민족의 언어와 한글을 보존하고 알리기에 무진 애를 썼습니다. 결과 나라를 되찾은 후에도 우리글을 발전시키고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말로 모든 것을 남길 수 없습니다. 말하는 순간 내용이 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글이 필요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한글이 한자에 밀려 처음에는 홀대받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또, 외래어의 사용이 인격을 높여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외래어를 남용합니다.
‘노하우, 더치페이, 리더십, 세일, 가이드라인…….’
위의 말을 ‘비결, 각자 부담, 지도력, 할인…….’으로 사용해도 전혀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외래어의 사용은 이와 반대의 현상을 불러옵니다. 외래어의 사용이 그 사람의 품격을 높여줄까요? 나는 무조건 외래어를 쓰지 말자는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정겨운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의미입니다. 우리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연히 차용이라도 해서 써야 합니다. 우리말에 어울려 입에 굳어진 외래어들이 있습니다.
‘텔레비전, 라디오, 트럭,…….’
이 밖에도 우리말이 훼손되는 일이 있습니다. 신조어의 범람입니다. 신조어(新造語, Neologism)란 새로 만들어진 단어 및 용어 가운데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은 말을 뜻합니다. 한편, 만들어진 지 오래 지난 말은 '구조어(舊造語)'라고 합니다. 나는 신조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전철이나 그 밖의 장소에서 이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면 간간이 외국어를 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신조어에는 은어, 속어, 인터넷 유행어 등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봅니다.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처음 대하는 말이라서 무슨 뜻인지 대뜸 알아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풀이를 보고서야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통알 : 갑자기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 알바라도 해야 할 거 같다는 의미
별다줄 : 별 걸 다 줄인다는 뜻
스불재 :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의미
위 내용은 신조어 모음 2023 줄임말 퀴즈작성자 N 라이프에 있는 것을 일부 인용해 본 것입니다. 이런 낱말을 듣고 말을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세계적으로 문맹률 0퍼센트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면 나는 문맹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사용하는 언어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정도를 벗어난 무분별한 사용은 언어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세계는 교통이나 통신의 발달로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유의 역사, 문화, 예술 등 우리의 것을 잘 지켜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언어나 문자는 한 나라의 미래를 가늠합니다. 문자가 없는 나라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를 살펴볼 때 문자가 없는 강대한 나라들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문자가 있는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되새겨보고 우리의 한글을 잘 가꾸어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