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올해의 한글날 20231010
엊그제 한글날 기념행사 겸 전시회가 교육청 잔디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미리 초청을 받은 터라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습니다.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할까.’
전철역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는 곳이라 어림잡아 출구를 나섰습니다. 잔디밭 광장에는 이미 전시물들이 진열되었고 각 천막에는 한글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 작품이 저 진열대에.’
여러 책 중에 내 글이 담겨있는 책을 찾아냈습니다. 한 꼭지의 글이 실리기는 했지만, 책 한 권의 내용이 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밤을 꼬박 새워 가며 쓴 글이기에 애착이 갑니다.
체험 장소로 이동하니 퀴즈를 풀면 작은 등불을 만들 수 있는 조립식 등을 준답니다. 호기심에 퀴즈를 풀었습니다. 물건을 받으면서 어린아이가 된 기분입니다. 청사초롱이 생각났습니다.
어릴 때입니다. 동네에서 결혼식이 있는 경우 밤에 청사초롱을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등불을 집안 곳곳에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대낮 같은 밤입니다.
“촛불이 있는 등이에요.”
자원봉사자는 친절하게도 만드는 방법이며 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건전지로 불을 밝히는 촛불이라고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절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전기 촛불’ 나는 지금까지 만져 본 일이 없습니다. 전에 텔레비전 속에서 군중들이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든 건전지를 사용하는 촛불을 보았습니다. 종이컵 안에서 밝히는 진짜 촛불과 섞여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요즘 군중들은 간편한 전기 촛불을 들었습니다. 군중이 모인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도 보았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꺼질 염려가 없는 촛불, 모든 것이 편하게 변하는 세상이니 이것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그저께 받아온 촛불 등잔 조립품을 꺼냈습니다. 등잔의 겉면에는 ‘한글’ 다른 한 면에는 ‘훈민정음’의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나씩 겉면을 뜯어내고 조립했습니다. 촛불을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노란불이 반짝입니다. 대낮이라서 밝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실에서 책을 읽던 아내에게 불빛이 보였나 봅니다.
“밤에 켜야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아요.”
“그렇겠지요.”
고리를 만들어 벽에 걸었습니다.
오늘은 577돌을 맞이한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의 고마움이 살아납니다. 유명한 여류 소설가 펄 벅은 세종대왕을 일컬어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세종대왕의 덕분입니다.
잔디밭 광장에서 선보이는 내 글이 모인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습니다. 한 달 전 평생학습관 알림판에 문자가 떴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입니다. 모인 사람들이 정해진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밤새워 가며 각자 글쓰기를 합니다. 다음은 맞춤법, 띄어쓰기, 오탈자를 스스로 찾아내어 하나의 글을 완성합니다. 교정까지 책임을 지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원고를 제출한 후에는 한 문장도 고칠 수 없다는 진행자의 말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멍멍하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아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원고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아차’ 이를 어쩌지요. 한 글자를 빠뜨렸습니다. 낱자 하나에 의미가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담당자에게 전화했습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더니만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는 문장을 바꾸는 게 아니고 빠진 글자를 넣는 일이니,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연세 많으신데 밤을 새워 괜찮으세요?”
괜찮다고 했지만, 후유증이 며칠은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둠이 내립니다. 불을 켜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벽을 마주하고 두 개의 등이 켜졌습니다. 올해의 한글날은 나에게 의미 있는 하루로 기억될 것입니다. 등화가친의 계절이라지요.
‘한 손에는 등불, 다른 한 손에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