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38. 마음속 문화 여행 20231014

by 지금은

눈을 떴습니다. 생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아내와 문화의 달을 맞아 나들이를 계획했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었지만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를 보니 온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다는데 망설여집니다.

오늘 가야 할 곳은 인천항입니다. 인천의 역사와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동안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던 곳인데 이곳에서 행사한다니 궁금합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날은 레인코트를 입으면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은데, 둘이 팔짱이라도 낀다면.”

날이 궂은 탓일까, 생각이 겹칩니다. 바닷가 항구를 이야기하면서 생뚱맞게 덕수궁 돌담길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이맘때보다 조금 늦은 날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 여겨집니다. 신혼 시절 오랜만에 아내와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 들어섰을 때 돌풍이 불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준비가 없던 우리는 손을 머리에 올린 채 뛰다 걷기를 반복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커피숍에 들어섰습니다. 따스한 커피 한 잔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며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빨간 단풍잎 한 장이 나풀거리며 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창밖을 내다보는 주인공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본 일은 없지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 잠시 아내가 옆에 있는 것을 잊은 담장 안의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비 오는 것 처음 봐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주방에 있던 아내가 어느새 텔레비전을 켜고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 접시를 들고 거실 탁자에 앉았습니다. 아침 일찍 두 여인이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시각이 잘 맞았습니다. 시작입니다. 내용은 프랑스의 대표적 문학가, 예술가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빅토르 유고의 레미제라블, 상생스의 오르간 연주, 폴 세잔의 사과.

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전에 책에서 읽어보았거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진행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복습한다는 기분입니다. 나는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 관심이 있습니다. 특별히 몰입하는 일은 없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보기를 좋아합니다. 책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합니다. 틈이 나면 작품을 만나보기 위해 나들이하기도 합니다.

나는 작가보다는 작품에 관심을 둡니다. 이런 이유로 작품의 제목은 알면서도 작가나 작곡가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작가나 작곡가의 생애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면 시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시대의 배경이나 삶을 짐작할 수 있지만 작가를 아는 것으로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반복은 새로운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며칠 전 인문학 강좌를 들었습니다. 헤세의 작품입니다. 책의 이름은 데미안입니다. 이 책은 레미제라블, 어린 왕자와 함께 여러 번 읽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다 보면 내용이 머릿속에서 점차 흐려집니다. 강의를 듣다 보면 희미하던 모습이나 상황이 안갯속을 뚫고 나오는 기차처럼 모습이 점차 내 앞으로 다가옵니다.

레미제라블 작품에 나타나는 사람들입니다.

‘장 발장, 미리엘 주교, 자베르, 팡 팀, 코제트, 테나르디에 가족, 마리우스.’

이 책을 읽다 보면 19세기 프랑스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투영됨을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이 책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내용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책을 여러 번 읽거나 독후감을 써본다.

남에게 이야기해 주거나 들어본다.

강의를 듣는다.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은 몰입과 반복이라는데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참신한 아가씨들의 모습이 귀여워 눈을 뗄 수 없었지만,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목이 말랐지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채널 번호가 몇 번이지요”

문화 소개에 함께 빠져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다음 주에는 어느 나라의 작가들을 소개할지 기대됩니다.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풍성한 행사를 기대합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며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만약을 위해 접이 우산을 집어 들었습니다. 날이 개면 역할이 달라도 해가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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