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52. 어머니 20231101

by 지금은

가을이 익어갑니다.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11월의 첫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머니!

간밤에는 홀로 ‘시월의 마지막 밤’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라는 곡도 감상했습니다. 올해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쓸쓸함도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모를 일입니다. 대신 아픔만이 느껴집니다. 어머니께 이런 말을 하는 게 죄송스럽지만, 어머니보다 20여 년을 더 살았으니, 응석받이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육체의 아픔이 서서히 밀려옵니다. 오늘은 많이 움직여서, 오늘은 움직임이 없어서 하고 지나쳤는데, 점차 강도가 높아갑니다.

이번 추석날에는 밤늦도록 홀로 달맞이했습니다. 집 앞 언덕에 올라 옅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 흘러가는 달을 보며 생전의 어머니를 그렸습니다. 먼동이 옆으로 다가오는 것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산촌에서 탈출하여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삶을 개척하셨습니다. 피나는 노력 덕분에 자식들이 올바르게 자라나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이듯 나는 어려도 자식이요, 나이를 먹어도 자식입니다. 기쁨이 있어도 슬픔이 있어도, 쓸쓸함이 있어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태어나서 어머니께 편지를 몇 통이나 썼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붙이지 못한 편지를 헤아려 보니 20여 통이나 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산중일기」 내용 중, 중국 당나라 때 어느 노스님과 양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는 일찍부터 불법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집을 떠나 불도를 닦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법에 능통한 무제보살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양보는 보살을 찾아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찻집에 들러 요기하고 있는데 노인 한 분이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어디를 가시는가?”

“사천이란 곳에 무제보살이라는 훌륭한 스님이 있어 찾아가는 길입니다.”

노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분을 만나 무엇을 하려고?”

그는 보살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고 부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처가 되고 싶으면 부처를 만나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면 되지, 어째서 젊은이는 그 먼 곳까지 가서 보살을 만나려 하는가, 차라리 부처를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럼, 노인은 부처가 계신 곳을 알고 있습니까?”

“지금 곧 집으로 가시게, 겉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뛰어나와 그 대를 맞이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분이 부처라네.”

부처를 직접 만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나그네는 밤늦게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렸습니다.

“뉘시오?”

노인의 말대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부처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맨발로 달려 나와 반겼습니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양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부처님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부처님은 집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살아계십니다. 이별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늘 내 곁에 머무십니다.

강산이 변해도 세월이 흘러가도 변함없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자나 깨나 자식 사랑 젊으나 늙으나 자식 걱정, 품 안의 자식이라지만 어머니의 가슴속은 늘 넓고 푸근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쓸쓸했습니다. 다소나마 마음을 달랠까 하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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