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 나의 오렌지 나무 20231104
나는 성장 소설을 좋아합니다. 며칠 전 서울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차 안에 있는 동안 지루함을 이겨야 하는데 마땅히 읽을 책이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이미 읽었고 다시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서재에 눈이 갔습니다. 「나의 오렌지 나무」가 눈에 뜨였습니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가방에 넣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입니다. 주인공이 사는 곳과 내 어릴 때의 자연환경이 달랐지만, 시대의 삶이 크게 차이 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다섯 살의 철부지입니다. 장난이 심한 제제는 누나에게 대들고 아버지를 위로한다고 선정적인 노래를 부르다 매를 맞습니다. 밖에서도 장난이 심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악마의 자식이라는 말도 듣습니다. 가정에서 미움받는 아이는 밖에서도 비난받기 쉽습니다.
아이에게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실직한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선생님이 배고픔을 이기라고 건네주는 돈으로 더 가난한 흑인 친구와 빵을 나누어 먹습니다. 동생에게는 싸구려 장난감이지만 마련해 주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합니다.
이사를 하게 되자 정원에 있는 라임 오렌지 나무에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함께 자랍니다. 어느 날 장난을 치다가 발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을 때 포르투갈 사람 뽀르뚜가 아저씨가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이 둘은 낚시 여행을 하며 집안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아저씨를 아버지처럼 여기지만 갑자기 기차에 치여 죽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나무와도 이별하며 점차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가난하면 빨리 어른이 된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생각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 불행을 안고 있다.’
여러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불행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너무 일찍 커버렸다는 것입니다. 동화에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 「헨젤과 그레텔」 등이 있습니다.
내가 자라나던 전후 시기의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을 다독이고 대우하는 일이 부족했습니다. 빈곤한 삶이 모두를 힘들게 했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급급한 시절이고 보면 웃음보다는 찡그림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선처보다는 악다구니하는 일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잘못에도 부모로부터 지청구를 듣는 일이 흔했으며, 욕설이나 매를 맞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자식이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정폭력입니다. 밤에 내쫓기기도 하고 심한 매질에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아직도 이런 사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부부 싸움이 자식의 가슴에 화살을 날렸나 봅니다.
지금이야 아동 보호법, 청소년 보호법 등이 있어 부모가 함부로 할 수 없지만 옛날에는 자식이 동물처럼 소유물로 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적 인식이 그러했습니다. 많은 아이가 사회적으로 천대와 멸시를 받고 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직도 일부 국가의 지역에서 학대받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권이 몰라보게 향상되었습니다.
어린이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요즘은 또 다른 후유증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청소년의 어긋난 행동입니다.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지만, 그 근원은 어른에게 있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금쪽이’
내 아이가 세상에서 최고라는 인식이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일부의 부모가 자식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방임 못지않게 지나친 간섭은 나쁜 결과를 불러옵니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행동에 죽음에 이른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격을 존중하며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 자식만을 위한 사회나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아이 하나를 낳으면 온 동네가 키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이 늦어지고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현실에서 인구의 감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가와 사회, 가정과 개인을 위해서도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