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60. 창문을 열다 20231111

by 지금은

11월 초의 날씨답지 않습니다. 반소매라니요. 아침입니다. 집을 나설 때 계절에 맞게 긴소매의 옷을 입고 양복을 걸쳤습니다. 목적지까지 걸었습니다. 중간쯤부터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과 이마에 땀이 배는 느낌이 듭니다. 몇 분 후에는 모자를 벗었습니다.

돌아올 때는 어땠는지 아십니까. 모자를 벗는 것은 물론 겉옷을 벗어 팔에 걸쳤습니다.

‘뭐야, 여름이 다시 찾아오는 거야.’

혼잣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공원에 나와 농구를 하는 아이들의 옷차림이 여름입니다. 반소매에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보입니다. 주변의 나무들은 고운 단풍을 지우고 있습니다. 낙엽이 바닥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아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활기찹니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겨울 한 철이 이렇게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강(霜降)이 지난 지가 언제인데 하늘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27도, 경북의 어느 곳은 29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이상 기후임이 틀림없습니다. 지구의 온난화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올해는 그동안 제일 기온이 높은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름내 창문을 열고 지냈는데 아직도 밤을 제외하고는 닫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상한 조짐이 보입니다. 산불이 기승을 부리고, 바다가 화가 났는지 비바람을 육지로 밀어 올려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다가는 겨울 자체가 없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민들에게는 올여름을 나는데 고생이 심했습니다. 혹시라도 하늘은 이를 달래주려고 따스한 가을을 겨울에 넘겨주려는지 모릅니다.

내일모레가 입동(立冬)입니다. 작년에는 11월이 되자마자 강추위가 몰아쳤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하늘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요. 영하의 날씨를 보일 거랍니다. 그동안 날씨가 온화했으니, 몸으로 느끼는 온도는 그 이하일 거라며 출근길에 따뜻한 옷 입기를 당부합니다.

뉴스를 본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출근 시간을 막 지나고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주위에 보이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꺼웠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따뜻한 방한복을 입었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도 보입니다. 통장을 정리하려고 은행에 들렀습니다. 창구 직원과 마주 앉았습니다. 일을 마친 행원이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외투 입지 않고 오셨어요?”

“아직은 뭐, 더 추워야 입지요.”

내 얼굴을 눈여겨본 그의 마음에는 추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름 바지에 와이셔츠, 양복을 입었습니다. 오늘따라 셔츠가 흰색이어서 상대가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춥다고는 하지만 겨울이 이 정도면 양호한 것 아닙니까. 갑자기 기온이 곤두박질친 결과일 뿐입니다. 내일은 기온이 더 내려갈 거라고 합니다. 일기 예보를 확인하니 며칠 계속됩니다. 초겨울의 날씨가 뭐 그런 거 아닌가, 작년 겨울 초에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더위를 빼앗아 갔으니 걸음이 빨라집니다. 코끝에 스치는 공기가 상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창문 열기를 싫어하는 아내가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방안의 온기가 사라집니다. 점심 식사가 문제입니다. 퀴퀴한 냄새가 집안을 점령했습니다.

“가을 전어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옛말이 있지요.”

열흘 전 아내가 생선을 사 왔습니다. 괜히 샀다며 조리를 할 때마다 푸념입니다. 맛이 좋다기에 샀는데 맛은커녕 냄새가 고약하답니다.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름이 많아서인지 냄새를 쫓아내려면 성가십니다. 아내가 드디어 짜증 섞인 말을 했습니다. 생선 장수들이 전어를 팔기 위해 지어낸 말이랍니다. 아내는 생선을 좋아하지만 고등어를 먹을 때마다 맛은 있는데 냄새가 역하다고 합니다. 이제는 전어를 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섬사람들은 전어를 좋아합니다. 나도 그때는 그랬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아파트와 일반 주택의 차이입니다. 섬에서 전어를 먹을 때는 마당에서 구웠습니다. 맛은 같은데 환경의 차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보 창문 닫아야겠지요.”

“좀 더 기다려요.”

밤바람에 코가 찡해옵니다. 밖에서도 입지 않은 겨울옷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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