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빈대의 출현 20231110
빈대 한 마리 때문에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물려본 사람이 있다면 그 심정을 이해할 겁니다. 머릿속에서 잊힌 듯했는데 갑자기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텔, 고시원 등 몇몇 곳을 보여줍니다. 청소하지 않아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처럼 죽은 빈대의 사체가 수석에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의심이 됩니다. 빈대가 없어진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하는 마음에 온몸에 가려움이 느껴집니다. 손이 저절로 등과 어깨로 옮겨갑니다. 사타구니로도 갑니다.
어린 시절입니다. 밤이면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기생충이 있습니다. 이, 벼룩, 빈대입니다. 이들은 모기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습니다. 제일 성가신 존재는 바로 빈대입니다. 이나 벼룩이 물면 모르고 잠을 자는 일이 있지만 빈대가 물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만큼 가려움이나 아픔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빈대 찾기 소동을 벌입니다. 살갗을 긁어 빨개진 피부, 빈대가 손에 뭉개져 붉게 물든 옷가지, 바닥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벽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바탕 일을 치르다 보면 어느새 창문이 희미하게 밝아옵니다.
아침이 되자 집안 식구들이 옷가지를 벗었습니다. 집 식구들은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방바닥의 자리를 들어내고 천정이면 벽을 훑고 바닥을 쓸어냅니다. 빨래를 해서 해충을 없애야 합니다. 앞 냇가로 가서 비누칠하고 분풀이라도 할 기세로 방망이로 펑펑 두드립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마솥에 불을 때고 빨랫감을 삶습니다.
이와 벼룩, 빈대로 고생하는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에서부터 이른 봄까지입니다. 밤이 길다 보니 이들의 활동도 활발하지 않은가 합니다. 두꺼운 옷을 입습니다. 추위 때문에 청결함도 덜합니다. 기생충이 살기에 좋은 조건입니다.
우리 고장에는 빈대에 얽힌 사연이 있는 개천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고장으로 가기 위한 고갯마루가 있는데 바로 아래입니다. 수풀 사이에 절이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듯 돌의 문양이며 주춧돌, 계단석 등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절에 빈대가 들끓어 스님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자 누군가 불을 지르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업가였던 고 정주영 회장의 빈대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피난을 와서 서울에 막노동할 때입니다. 인부들이 지내는 방에 빈대가 들끓었습니다. 매일 밤 고통 속에 지내다 빈대의 습성을 알아냈습니다. 빈대가 물을 좋아하지 않는 습성을 이용해 침대의 발을 물그릇에 담가 놓았습니다. 며칠은 물리지 않아 좋았는데 며칠이 지나자 다시 빈대가 들끓었습니다. 잠에 깨어 벽을 타고 천정으로 기어올라 아래로 낙하하는 게 보였습니다. 이후 빈대 퇴치를 위해 어떻게 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분도 그 시절 남들이 하는 방법을 취했겠다고 짐작합니다.
6,25 전쟁과 후의 일이니, 국내의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기생충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군이 살충제인 DDT를 사용했습니다. 연막소독을 하고 가정과 학교에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약을 머리와 몸속에 뿌려주었습니다. 집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안의 벽과 바닥의 경계면에 밀가루로 띠를 만들 듯 뿌리고 빈대가 있을 만한 곳이면 흰 가루를 흩어 놓았습니다. DDT가 사람에게 해롭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 벼룩, 빈대의 퇴치 약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후 경제가 점차 나아지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면서 우리 몸을 괴롭히던 해충은 이후 머리에서 지워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용하던 사회가 들썩입니다. 빈대의 출현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인적교류가 많다 보니 생겨난 일입니다. 방역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해로운 DDT도 빈대에게는 내성이 생겨 박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안전한 퇴치법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리적으로 빈대가 살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들거나, 높은 온도로 소독하는 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청소기로 섬유 사이의 성충과 유충을 빨아들여 없애버립니다. 이 밖에도 몇 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인 것처럼 해충의 퇴치 또한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사람들이 빈대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부터도 안심하는 생활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빈대라고요? 먼저 떠오르는 것은 따갑고 가려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을 밝힌 채 몸 여기저기 긁던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