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62. 반려의 의미 20231113

by 지금은

기온이 갑자기 곤두박질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반소매 옷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이 종종 눈에 뜨였는데 어제는 너도나도 두꺼운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이상 고온이라고 하던 말이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입동을 며칠 앞두고도 서울의 최고 기온이 26도를 오르내리고 경상도 어느 지역은 29도에 육박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반소매 옷이 어색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일기예보에 신경이 쓰입니다. 밤에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니 ‘싸’한 공기가 얼굴로 달려듭니다. 새벽에는 영하의 날씨랍니다.

갑자기 화분 생각이 났습니다. ‘들여와야 해, 그만두어야 해’ 마음이 오락가락합니다. 아파트 풀숲에는 포인세티아가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꽃 가게에서 사 왔습니다. 집안이 삭막해 보여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잎이 붉게 물들어 멀리서 보면 꽃이 피어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집으로 옮겨오자 싱싱함이 무르익었습니다. 설명서대로 물 관리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영양제도 주었습니다. 상상하는 것처럼 12월을 기분 좋게 지냈습니다. 5월까지도 잘 보냈습니다. 포인세티아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일이 한 가지 늘기는 했지만,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동물을 키우는 것에 비해 보살핌이 덜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가까이 다가오지 않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가 먼저 다가오느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되자 세 화분이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잎을 키우며 몸집을 불립니다. 키가 작은 것이라서 공간을 차지하는 면이 그리 크지 않지만, 창틀 위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유리창에 닿은 잎이 구부러집니다.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가습기 역할을 했습니다. 건조하지 말라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다 보니 자연스레 거실이며 방안에도 분무하게 됩니다. 코 막힘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다정하게 지냈는데 나와의 사이가 벌어졌습니다. 장마철입니다. 습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흰 벌레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먼지처럼 생긴 것이 잎의 뒷면에 생기더니 주변으로 날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 접속하여 해충을 없애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사람에게 해가 가지 않는 것을 골라 퇴치를 시도했습니다. 곧 사라질 거라고 하는 생각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이 방법 저 방법을 써보았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약제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방법을 달리했습니다. 직접 손으로 잎을 뒤집어 벌레의 알을 제거하고 걸레로 하나하나 닦았습니다.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벌레의 수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늘 내 편이 아닙니다. 잎을 자꾸 만지다 보니 상태가 나빠집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생각에 며칠을 그대로 두었더니 다시 벌레가 잎을 점령했습니다.

밖으로 나서다가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화초들을 살폈습니다. 한 구석에 포인세티아가 껑충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누군가 봄에 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잎이 몇 장 없습니다. 관리 소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폈습니다. 잎을 뒤집자 흰 점들이 보입니다. 우리 집 포인세티아와 같은 현상입니다. 그래서 버렸군, 며칠 후에 다가갔더니 전보다 벌레의 꼬임이 줄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관찰했습니다.

집에 있는 포인세티아도 밖에 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쾌적한 공기를 만나다 보면 상태가 좋아질 것만 같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이 아니라 후미진 곳을 골랐습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바닥에 화분과 함께 글씨가 잘 보이도록 종이도 함께 놓았습니다. 화분만 놓았다가는 청소하는 분들이 치우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루 건너 찾아가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벌레의 알이 많아지더니만 점차 수가 줄고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살피기만 할 뿐 물은 주지 않았습니다. 비가 때를 맞추어 내리는 통에 화분 마를 날이 없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햇볕을 갑자기 많이 받아서일까요. 벌레 대신 희끗희끗 점이 나타나고 구멍이 뚫립니다. 아내가 어느 날 상황을 보고 벌레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잎을 살펴보아도 이제는 벌레나 알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기온이 내려가는데 집으로 옮길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집안의 따스한 공기에 벌레가 다시 기승을 부릴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어젯밤에는 고민하다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영하의 기온에 상태가 나빠질 것 같습니다. 보온을 해주어야겠습니다. 비닐을 씌웠습니다. 영상이 되면 벗겨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내일도 춥답니다. 아침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도서관으로 가는 중이니 잠시 들려 비닐을 벗겨 주었습니다. 상태는 변화가 없습니다. 보온이 돼서 그럴까요.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니 내버려 두었다가 밤에 다시 씌워주어야겠습니다. 밤의 기온이 영상으로 되기까지는 비늘을 씌우고 벗기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아차’ 왜 식물 병원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동물병원이 있는 것처럼 식물을 치료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습니다. 날이 추워졌으니, 벌레들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삼일 상황을 더 보고 집으로 들여야겠습니다. 상태가 좋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늦었지만 만약을 위해 식물 병원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가까운 곳에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빨간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포인세티아가 건강을 되찾는 내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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