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조바심 20231114
아침 일찍 스마트폰을 열었습니다. 어제 SNS에 올린 글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일부러 글의 반만 올렸는데 누군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처음부터 글에 빠져들었다며 뒤의 장면이 궁금하답니다. 이에 힘을 얻어 나머지 부분도 올렸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글쓰기 동호회이니 서로 눈치를 보는 입장입니다. 글에 대한 평을 쓰기로 했지만, 오가는 이야기들이 인사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면 좀 더 진솔한 마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임의 대표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앞사람이 올린 글에 대한 평이 없다며 써달라고 합니다. 어제는 다른 사람이 같은 뜻을 전해왔습니다. 처음 시작하니 어리둥절합니다. 가뜩이나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데 생각지 않은 일이 생겼으니 잠시 주춤하게 되었습니다. 규칙이 그러니 곧 답을 해주어야겠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하지?’
잠시 이곳저곳을 훑어봅니다. 몇 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이곳이겠지 하는 마음에 답을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도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야 낫다는 생각입니다. 아들이 어느새 출근했으니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아내가 벌써 옆방에서 그림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물어볼 생각이 없습니다. 아내나 나나 기기에 서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것을 익히려면 몇 번인가 반복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으로 달려갈까요. 기온이 갑자기 곤두박질쳐서 영하의 날씨입니다. 핑계일 뿐입니다. 게으름의 표를 내는 것이라고 할까요.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상대편의 요구대로 내 마음을 표시했다는데 안도감을 느낍니다.
내 글에 앞서 글을 올린 사람은 ‘조바심’이라는 단어를 빌려와 아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보았습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의 마음 못지않게 부모 또한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내 경우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조바심을 낸 것이 수없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 생일을 며칠 앞두고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던 생각, 시험을 치고 발표 날을 기다리면서 점수를 헤아리던 일, 좋아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일, 어서 빨리 가을이 되어 풋풋하게 몸집을 불린 감이 익기를 바라는 마음, 제대를 앞둔 병사가 달력의 날짜에 가위표를 그어가는 심정,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글쓴이는 ‘조바심’을 표현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내용을 찾아왔습니다. '조'와 ‘바심’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조’는 곡식의 이름이고, ‘바심’은 부스러뜨림입니다. 조가 익어 이삭을 수확하는 과정을 나타낸 말입니다.
나는 조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습니다. 고향이 산촌인 관계로 어려서부터 조를 보며 자라왔고, 겨울이면 종종 좁쌀밥을 먹었습니다. 조는 말 그대로 씨앗의 크기가 작습니다. 쌀알의 몇 분의 일이나 될까요. 혹시 맨드라미 씨를 본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채송화 씨를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쌀알과 채송화 씨의 중간 크기라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에 생겨난 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듣던 말입니다. 속이 좁은 사람을 좁쌀 같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이르는 말이 생각납니다.
‘좁쌀영감.’
조바심에 빗대어 남편에게 하는 말입니다.
조를 타작하는 날은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조의 이삭이 마르면 잘 부서지고 흩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새벽이슬이 사라지기 전이 좋습니다. 참깨나 들깨도 마찬가지입니다. 곡식이 완전히 익었을 때나 날씨가 건조한 날은 좋지 않습니다. 줄기가 흔들리면 쉽게 쏟아집니다. 수확해야 할 양이 많다면 조금 덜 여물고, 조금은 흐린 날이 좋습니다. 줄기를 잘라 바닥에 널어놓습니다. 또는 단을 묶어 세워놓습니다. 햇볕에 잘 말리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음은 바닥에 깔개를 펼쳐놓습니다. 요즘은 큰 비닐 포장을 펼쳐놓지만, 예전에는 멍석이나 맷방석 위에 놓았습니다. 작은 열매들을 쉽게 모으기 위한 방법입니다. 맨땅에서 털었을 때는 흙과 분리하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며칠이 지난 다음 잘 말랐다 싶으면 조 이삭을 두 손으로 비비거나 도리깨나 막대기로 두드립니다. 비벼도 씨앗이 잘 쏟아지지만, 도구를 이용하면 힘이 덜 들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는 변화가 있군요. 어렸을 때 싫어하던 꽁보리밥, 잡곡밥, 산나물, 들나물이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한동안 멀리했던 때문일까요, 아니면 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 마음일까요. 그도 저도 아니면 입맛이 변한 때문일까요.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조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조밥 한 번 먹읍시다.”
“껄끄러워서…….”
“차조밥도 있는데.”
갑자기 조바심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