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 나 혼자 산다. 20231118
“밥은 밥통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반찬은 반찬가게가 하고 뭐가 문제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니 한 무리의 사람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주제는 혼자의 삶입니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지내온 과정이나, 아니면 이후에 다가올 상황을 말합니다. 이들은 고령의 노인들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갑니다. 혼자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부와 함께 사는 사람 중에는 홀로 됨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미래를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한쪽에 의지해 살아왔음이 짐작됩니다.
나는 혼자 사는 것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없습니다.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닥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늘 가지고 삽니다. 잘하지 않아서 그렇지, 기본적인 지식이 있고 필요하면 손을 놀릴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의 삶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형편상 밥을 하는 정도의 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빨래, 청소에는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늘 곁에서 보아왔기에 힘들다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예전처럼 빗자루질하는 것도 아니고 엎드려 걸레질도 하지 않습니다. 청소기의 힘을 빌립니다. 빨래도 손으로 하는 시대를 벗어나 세탁기가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도 될 자질구레한 세탁물이나 손으로 합니다. 나는 뜯어진 옷을 꿰맬 수 있고 떨어진 단추를 달 수도 있습니다. 팬티나 운동복의 끊어진 고무줄도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가끔은 여자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도 합니다.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에 수놓기, 에코백, 인형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조금 낯선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신청하여 젊은 여자들과 함께하기도 합니다. 강사를 비롯하여 함께 하는 사람이 신기하다는 내색을 하기에, 처음에는 행동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딸이나 손녀 정도의 그룹 속에 나는 청일점입니다. 홀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처럼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자신을 감당할 능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살아가고 싶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모인 사람 중에 현재 홀로 살아가는 분들의 집과 환경을 틈틈이 소개하는 중 각자 삶의 터전에 관해 설명합니다.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는 사람, 도시 근교의 자그마한 집을 구해 주변의 경관을 벗 삼는 사람, 시골의 전원주택을 구입하여 노후를 보내는 사람, 시골에 여러 사람이 농장을 마련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에는 퇴직을 하고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직장 선배의 말을 들어보니 삶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집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만 외롭다고 합니다. 친구나 친척들이 찾아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늘 가까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 지방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서로의 생활방식이 다르고 생각역시 다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특히 어려운 것은 병원에 가는 일입니다. 아픈 곳이 늘어나다 보니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라 합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입니다. 늙어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입니다.
어디에 살아야 될까.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나는 남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합니다. 외로움을 타는 사람은 혼자 있어도 여러 사람과 어울려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일 뿐입니다. 꼭 사람과 어울려야 고독을 해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인가 생각하고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자연히 해소됩니다.
요즘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많이 올랐습니다. 생각에는 실버타운에 갔으면 좋겠지만 더 고민해 볼 일입니다. 내 능력으로 감당할지 의문입니다.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내 손놀림이 없이 우선 의식주가 해결되고, 건강을 돌보아 줍니다. 또래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정서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최상위에 속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서울의 도봉산 아래도 좋습니다. 시골의 농장도 좋습니다. 잠시 작은 일손을 멈추고 오순도순 가까운 산행을 합니다. 어느 곳, 어느 환경에서 사느냐는 각자의 경제적 능력과 취향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홀로 되었을 때는 실버타운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차후의 일입니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말은 내 생각일 뿐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아직은 아내와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홀로 됨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된 공부가 아직도 나를 붙잡습니다. 내 삶의 전부는 책과 씨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생, 교사, 다시 학생의 입장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있었기에 아직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매일 글을 씁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에 관심이 있어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글 쓰는 능력을 발휘하여 글과 그림을 섞어봅니다. 한동안 동화에 심취한 게 도움이 됩니다. 아내는 서예를 합니다. 어느새 30년이 지났습니다. 팬 소묘를 합니다. 내 강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적성에 맞는다고 합니다. 서로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평도 함께 합니다. 요즘은 매일 탁구 한 시간, 밤이면 텔레비전 대신 음악 감상을 합니다.
가끔 친척들과 모임이 있을 때면 그들은 말합니다.
“두 분은 무슨 재미로 살아요. 온종일 말 한마디 없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에요.”
내 대답입니다. 그래도 잘 살아집니다. 생각이 많고 할 일이 있다 보니 서로 간섭할 사이가 없습니다. 어떻게 사느냐고요, 눈으로요, 마음으로요. 홀로 되는 날의 생각은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