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72. 규칙이 다 좋은 것은 아니기에 20231120

by 지금은

우리는 책을 펼치고 글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습니다. 공책에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가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왼쪽으로 읽을 수 없을까. 글을 쓸 때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읽거나 쓰는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많아서일까. 왜 이 세상에는 오른손잡이가 많을까. 생각할수록 의문의 꼬리가 기차의 연결고리처럼 이어집니다. 꼭 직선으로 글씨를 배열해야 할까. 동그란 원을 그리면 미적 감각이 있을 텐데, 그 이유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암묵적 약속이 아닐지 합니다.

어린 마음에 한동안 맘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린 시절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부딪친 일은 숟가락질입니다. 집안 식구가 약속이나 한 듯 말했습니다.

“오른손으로 쥐어야지.”

식사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 지적을 했습니다. 고쳐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아진 것이 있다면 필요에 따라 손을 바꾸는 정도입니다.

두 번째, 마음고생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입니다. 모두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는데, 나만 왼손을 사용합니다. 왼손으로 쓰려니 내가 막 시작한 글씨가 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았습니다. 손아귀의 힘이 부족합니다.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글씨는 엉망입니다. 어린 마음이지만 여러 가지 궁리를 했습니다. 남들처럼 공책 앞장부터 쓰다가 공책의 맨 뒷장을 펼쳤습니다. 왼손으로 오른쪽으로 문장을 써갑니다. 바른 글씨를 쓴 다음 장을 뒤집어 보면 나타나는 글씨처럼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도장에 이름을 새기는 것처럼 방향이 뒤바뀐 겁니다.

학년이 바뀌고 엄하신 선생님을 만나 어쩔 수 없이 친구들처럼 글씨를 써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나 집안 식구들이 왼손 글씨를 쓰도록 용기를 주었으면 지금의 글씨보다 더 잘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심심할 때면 왼손으로 붓글씨도 연필 글씨도 써봅니다. 처음에는 곧게 되지 않았지만, 점차 오른손의 글씨를 따라갑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왼손이니 오른손만큼 사용한다면 오른손 글씨보다 더 낫겠다는 마음입니다.

종종 은행이나 병원 등에서 기록해야 할 때 왼손으로 글씨를 남깁니다. 그들의 눈치를 살핍니다.

“글씨를 잘 쓰시네요.”

고개를 젓자, 요즘 아이들은 글씨가 엉망이라며 종이를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책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읽는다고요. 그렇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읽는 책 중에는 문장을 오른쪽 위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인쇄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특히 한문 서적이 그렇습니다.

세월이 가면서 지금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의 인쇄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눈이 아래위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게 수월하다고 합니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예전의 책을 볼 기회가 흔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모르고 지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예전의 책을 많이 버렸습니다. 좀이 먹기도 하고 누렇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낡았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몇 권은 남겨두었습니다. 그중에는 시집이 있고, 단편집도 있습니다. 교육에 관한 책도 한 권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남긴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모든 것이 변해갑니다. 글을 읽거나 쓰는 방향에 대해 말했지만, 맞춤법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띄어쓰기도 변했습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장면’이 ‘짜장면,’ ‘하였습니다’가 ‘하였습니다’처럼 말입니다. 앞으로도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될 것입니다.

서양 음식을 먹는 예절에 대해 배워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압니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능숙하지 않지만 흉이 될 것은 없습니다. 특히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손이 같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포크를 왼손으로 잡습니다. 오른손으로 잡았다고 해서 흉이 될 일은 없지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곳도 있지 않습니까. 사회의 풍습이란 게 때로는 개인에게는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이제 양손잡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손이 모두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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