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잠자리 꿈자리 20231125
“악”
“아이고 깜짝이야,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어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에서 덜 깬 목소리입니다. 나는 바르게 누웠던 몸을 모로 움직였습니다.
“아니, 꿈을 꾸었나 봐요.”
나는 가끔 악몽을 꾸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거나 발 또는 팔을 내젓습니다. 한 번은 발길질에, 옆에 누워있던 아내가 채이기도 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다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이후로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잠자리를 정했습니다. 가을까지 그렇게 지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자, 아내가 성화합니다. 바닥이 차가워서 건강이 염려된다며 침대에서 자라고 했습니다. 꿈을 자주 꾸지만 잘 지나가나 했는데 간밤에 그만 팔을 내젓고 말았습니다.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이 밖에 나가보라고 했습니다. 옆 반 친구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며 건널목 앞에서 마중하라고 합니다. 공부 시작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어쩔 수 없이 교실로 돌아오는 중 옆 반 창문으로 교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친구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각을 잘하는 친구는 나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옆 반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와 두 팔을 들었습니다. 눈을 부릅뜬 채 긴 손톱으로 나를 할퀼 기세입니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놀랐습니다. 외마디 소리와 함께 두 팔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악”
아내가 몸을 일으켰습니다. 일부러 한 일은 아니지만 미안한 생각에 악몽을 꾸었다고 했습니다.
자다 보면 꿈을 자주 꾸게 됩니다. 기분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습니다. 꿈은 현실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데 꼭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꿈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꿈을 연구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아엘리우스 갈레노스, 토머스 브라운, 프레더릭 반 에덴 등 많은 사람이 자각몽(自覺夢)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한 예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읽었거나 남에게서 들은 말로 id(원초아), ego(자아), super-ego(초자아) 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꿈은 자신의 숨어있는 욕망이 마구 드러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너무 자세히 나타나면 안 되니까 상징처럼 나타납니다. 꿈은 미래의 예언이나 계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의 경험들이 나타나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꿈에 관해 연구하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잠시 꾼 꿈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학창 시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지각할까 봐 걱정할 때는 있었지만 고등학교 시절까지 지각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직업을 가지면서 어쩌다 지각을 한 일이 있습니다. 전철을 이용했는데 사고로 인해 연착했을 때입니다. 초등학교 이후 퇴직을 할 때까지 등하굣길, 퇴근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멀었습니다. 늘 조바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꿈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짐작해 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섬 생활입니다. 섬에서 4년 동안 지냈습니다. 지나온 삶 속에 극히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늘 기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혼자의 생활이었지만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자연을 벗한다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바다, 산, 일출과 일몰, 달, 별, 새, 물고기, 조개, 파도 자생 식물 등, 하나같이 친구가 아닌 게 없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섬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종종 그때의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몸은 도시의 내 집으로 돌아온 지 오래이지만 아직도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꿈을 꿉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꿈은 미래를 예견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꿈에 의하면 과거를 알려준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내 꿈에는 미래의 일보다는 과거의 일들이 허구와 얽히고설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꿈에는 길몽과 흉몽이 있습니다. 누군가 꿈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했습니다. 흉몽을 꾸었다면 오늘은 조심해야겠다. 길몽을 꾸었다면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깊이 생각하다 보면 머리만 복잡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삶 속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악몽에 혹시라도 아내가 다칠지 모릅니다. 미리 조심하는 게 상책이 아니겠습니까. 잠자리를 따로 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