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86. 힘을 뺀다는 것에 대해 20231129

by 지금은

글을 읽다 보니 힘을 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운동신경이 둔해서 무슨 운동이든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수영은 정말 어렵습니다. 강사는 자유형을 아무리 가르쳐도 독특한 영법을 만들어 내는 나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배영만큼은 쉬웠습니다. 누구보다도 안정된 자세였고 폼도 그럴듯했습니다. 평영을 배우다가 너무 어려워서 그만뒀습니다. 다 같이 물에서 헤엄치는 건 같은데 왜 배영만 달랐을까?

어제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을 하면서 들었던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몸에 힘을 빼면 수월하다.’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긴장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나는 물 위에 누워서 떠 있는 배영이 정말 좋습니다. 힘을 빼면 편안합니다. 자유형이나 평영은 깊은 물속을 보면서 하는 수영이라 긴장한 몸에 힘이 들어갔을 것입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리를 내기 어렵고 음이 이탈됩니다.

앞사람의 말을 빌려왔지만 힘을 뺀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나도 수영을 배웠습니다. 호흡은 가빠지고 몸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데 힘을 뺀다는 게 마음처럼 되겠습니까. 모든 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영에 도전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비란 게 있습니다. 나는 이 정점을 잘 넘겼습니다. 어려서부터 물에서 놀다 보니 두려움은 없지만 제대로 된 수영법은 알지 못하고 무조건 개헤엄만 쳤습니다. 시골 시냇가에서의 물놀이란 게 그저 물에 뜨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물속에 가라앉을 염려는 없으니 젊어서는 강이나 바다에 가면 그냥 헤엄을 쳤습니다. 물에 뜨는 요령은 있어서 파도를 타기도 하고 깊은 물에서도 놀이터라 생각하고 몇십 분씩 떠 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나중에 찾아왔습니다. 정년퇴직하자 수영이 건강 유지에 좋다기에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내가 하는 수영과 다른 사람들의 영법이 전연 다릅니다. 힘들여 따라가 보지만 숨만 가빠질 뿐 점점 뒤떨어집니다.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법을 배우기 위해 강습에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힘들고 피곤합니다. 발차기, 팔놀림, 판을 잡고 앞으로 가기,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빼면서 호흡하기로 하는 동안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해결되었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숨쉬기입니다. 호흡이 되면 수영은 어느 정도 궤도에 도달한 셈입니다. 나머지는 서서히 조화를 이루어 갈 것입니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 연습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볼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남의 조언을 듣거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이것으로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직접 내 모습을 보면 잘못된 것을 수정하기에 용이합니다. 내 경우를 말해봅니다. 수영을 막 배우는 중 외국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수영장이 있어 함께 간 사람들과 어울려 수영했습니다. 장소가 낯설어서일까요, 그나마 할 수 있던 영법이 되지 않습니다.

“배우는 중이라니 앞으로 잘될 거예요. 기죽지 마세요.”

격려에 조급한 마음이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지켜보던 아내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숙소에 돌아오자, 카메라를 내밀었습니다. 동영상이랍니다. 내 수영 모습을 담았습니다. 살펴본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리는 영법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헤엄을 쳤던 거야, 발차기와 손동작이 맞지 않습니다. 개헤엄을 치듯 물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이후 내 동작은 쉽게 고쳐졌습니다. 자주 수영 모습을 동영상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자주 보면서 의식적으로 잘못된 자세를 고치기 위해 무한정 반복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미지 훈련입니다. 발차기와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동작을 맞추었습니다. 젊은 시절 학교와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할 때 박자를 세듯 말입니다. 어느덧 생각하지 않아도 힘을 뺄 수 있어 호흡이 편해졌습니다. 남과 시합하지 않는다면 수영장을 수십 바퀴씩 힘들이지 않고 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영 강사가 말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답니다. 제대로 배우고 나면 잊혀지지 않는다는군요.

힘을 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노력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도끼질이나 망치질이 그렇지 않습니까. 나무꾼의 도끼질, 대장장이, 석공, 목수가 망치질을 긴 시간 할 수 있는 것은 요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힘을 들이고 뺄 수 있는 감각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늘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온종일 연장을 휘두른다면 견뎌낼 수가 있겠습니까?

머리로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긴장 상태라면 건강을 위협할 것입니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합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좀 더 빨리 익숙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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