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 새해에는 20231203
학습관에서 글쓰기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 간간이 강사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 짬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수강생들도 끼어들어 서로의 생활에 대해 펼쳐 놓았습니다. 깊은 속내를 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온 생활의 계획 중에 실천의 결과물들입니다. 그중에는 좋은 성과를 거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새해 초에 계획한 일이 의야무야 하게 된 게 많았다고 합니다. 나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습니다.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년에는 하모니카 연주를 연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쓰기, 그림에 대해서는 큰 부담 없이 손이 가는데 노래나 악기는 생각한 만큼 진전이 없습니다. 몰입을 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어느새 손에서 멀어집니다. 남의 연주솜씨가 부러워 이것저것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피아노, 기타, 하모니카, 리코더, 오카리나, 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연주를 해본 것은 없습니다. 연습은 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의미한 결과를 얻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낫다는 게 리코더, 오카리나 정도입니다. 연주를 듣다 보면 이들 중 어느 하나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없지만 새해에는 하모니카를 배울 생각입니다.
하모니카 연주에 관해 기초적인 이론은 알고 있습니다. 악보를 읽을 수 있으니 다른 악기처럼 조금씩 손을 대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모니카를 택한 것은 요즘 들어 연주가 마음에 끌렸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계획은 딱 두곡입니다. 한 곡이라도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이곡 저곡 손을 대다 보니 죽도 밥도 아닙니다. 어느 것을 할까 아직 정하지는 안았지만 꼭 두곡의 연주는 완성해야겠습니다. 지나고 보니 계획 중에 욕심이 끼었다는 느낌입니다.
강사는 계획을 1년 단위로 한 가지만 정해서 몰입을 한다고 합니다. 그가 20대 중반 이후로 40에 이르기까지의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해보니 잘 안 돼서 친한 친구와 함께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서로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약해짐을 막기 위해 돈을 걸었습니다. 통장을 만들어 매달 일정 금액을 저금을 하고 년 말에 서로의 결과물을 내놓아 이기는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기로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성과가 보일 때 보상으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제공했습니다. 예를 들면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는다든지,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넣은 것 등입니다. 성과물을 토대로 년 말에는 모아진 돈으로 회식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인색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남이 잘했을 때 격려하듯 자신에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보라고 합니다. 나는 칭찬을 받을 만할까요. 올해는 200여 편의 글을 쓰겠다고 아내에게 지나는 말을 했는데 이 진도라면 연말이 돼서는 300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한 권 만들겠다고 했는데 2권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내 글을 싣는 책을 얻겠다고 마음먹었는데 3권의 각각 다른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생활 에세이지만 재작년에 100여 편, 지난해에는 130여 편을 썼습니다. 이전에 쓴 글들도 많습니다. 다만 교정을 보아야기에 차근차근 손을 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에게 특별히 보상을 한 때는 없습니다. 그냥 괜찮은 한 해였구나 하고 느끼는 정도입니다. 보상을 한 번 해볼까요,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기모바지 하나 고르는 중입니다.
나의 글쓰기 시초는 동화입니다. 이 책 저책 가리지 않고 읽다 보니 맨 먼저 동화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남의 책을 읽고 흉내를 내는 습작의 정도였는데 점차 내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틀린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시도 써보고, 생활문도 쓰다 보니 어느새 책 읽기처럼 글쓰기도 습관으로 정착되어 갑니다. 내년에도 이만큼의 글을 써야겠지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올해만큼 내 글이 실린 책을 얻어야겠습니다. 그 이상이면 좋겠습니다. 책 욕심이 납니다. 더 바란다면 오로지 내 글만의 책을 내보는 것입니다.
내년에 꼭 해야 할 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곡 중 두 곡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블로그를 개설해서 내 글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며칠 전 책을 받는 자리에서 작가 겸 강사에게 블로그에 대해 협조를 구했더니 도움을 거절했습니다. 내년의 준비를 해야 하니 나름대로 바쁘기 때문일 거라고 믿습니다. 대신 유튜브에서 개설방법을 찾아서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밴드도 하는 데 못할 게 뭐람, 스스로를 다독이며 용기를 줍니다. 강사처럼 스스로에게 당근과 채찍을 들어야 할까 봅니다. 또 노인복지관에 가서 ‘글쓰기 할 사람 모여라’하고 함께 할 사람들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