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301. 오줌싸개 이야기 20231209

by 지금은

“소금 받아오너라!”

아이가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키를 쓰고 문밖을 나섭니다.

나는 동화책 보기를 좋아합니다. 동화책 읽기라 하지 않고 보기를 좋아한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어느새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자와 그림을 함께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도 사랑합니다. 활자에 비해 상상의 날개를 더 높이 펼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입니다. 네덜란드 하면 풍차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확실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이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풍차보다 내 눈에 먼저 뜨인 것은 ‘인어공주’의 동상입니다. 널리 알려진 동화이기에 인어공주는 화려한 곳에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있겠지, 생각했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조금은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송도 중앙공원에는 오줌싸개 동상 삼총사가 있습니다. 내 키보다 20여 센티미터는 크고 내 몸집의 서너 배는 됩니다. 우직하고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입니다. 오줌을 싼다고요. 이쪽 가장자리에서 저쪽 가장자리까지 30여 미터는 되는데 자그마치 그 중간에 이를 정도로 오줌발이 셉니다. 작살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뿜어댑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과는 완전히 대비됩니다. 브뤼셀의 동상은 갓난아이 정도이고 오줌발도 시원치 않습니다. 졸졸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 정도가 될까요. 서 있는 장소도 협소합니다. 이 동상을 보기 위해 해마다 1,000만 명의 여행객이 몰린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어공주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도 그 숫자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줌싸개에 얽힌 사연이 있기는 해도 그 숫자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적국이 브뤼셀을 폭파하려고 폭탄을 설치하였는데, 한 소년이 오줌으로 도화선의 불을 꺼서 도시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송도에 있는 오줌싸개 삼총사의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들의 넉살스러운 표정처럼 재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년기에 겪은 일입니다. 밤을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쌌습니다. 가릴 때가 되었는데도 못 가리자 키를 씌워 이웃집으로 소금을 얻어오라고 보냈습니다. 바가지를 들고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나와 소금을 한 줌 뿌리며 부지깽이로 키를 두드렸습니다. 키 속으로 들려오는 울림이 너무 커서 깜짝 놀라 바가지를 떨어뜨린 채 울음을 터뜨리며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온종일 마음이 슬펐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걱정이 되어 오줌을 미리 누어야겠다는 마음에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친구가 키를 쓰고 우리 집을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 시절만 해도 아이가 밤에 요에 오줌을 싸면 소금을 얻어오라는 벌을 내리곤 했습니다. 송도의 오줌싸개들에게 키를 씌워 주어야 할까요. 낮에 바지를 내리고 벌이는 일이니, 키를 씌울 수는 없지만 그럴듯한 장면을 연출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침 일찍 얼룩얼룩 젖은 요를 말리기 위해 빨랫줄에 걸치고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바지랑대로 받쳤습니다. 이 집 아이 오줌 쌌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전래동요, 백창우 작곡 오줌싸개 노래가 있습니다.

① 백마 타고 달리는 꿈을 꾸다가/ 글방 도령 간밤에 오줌 쌌다네/ 오줌싸개 똥싸개 놀려줄까/ 동네방네 골목골목 소문 내볼까(이하 생략) 얼레리꼴레리 놀려줄까. 동네방네 골목골목 소문 내볼까

② 아깐 몰랐는데 인젠 알았네/ 아깐 몰랐는데 인젠 알았네/ 얼렐레 꼴렐레 창우는 오줌싸개/ 아깐 몰랐는데 인젠 알았네/ 얼렐레 꼴렐레 서연이는 고자질쟁이


아이의 머리에 키를 씌워 이웃집에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자식을 직접 혼내기보다는 이웃의 힘을 빌려 정신을 차리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우리 민족의 해학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상부상조하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오줌을 가릴 나이가 되었는데 요즘도 잠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아이가 있을까요? 나는 손자가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소금을 받으러 이웃집에 보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키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귀해서일까요. 소금이 풍부해서일까요. 시대가 변하니 오줌을 싸는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도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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