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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313. 화합의 장 20231218

by 지금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 통화를 했는데 이른 아침 벨이 울립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가 싶어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조금 있다가 아침마당 봐요.”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볼 생각입니다. 유익한 내용이고 등장인물들의 본받을 점이 있기에 꾸준히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입니다.

신부, 목사, 스님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성악가도 있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목사님이 자신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의 아버지랍니다. 자랑을 하려고 전화를 한 게 틀림없다는 마음이 듭니다. 온화한 얼굴입니다. 네 분 다 인상이 좋아 보입니다.

이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처럼 신부와 스님이 출연하여 함께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교류가 드문 시절이고 보니 저런 일도 있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종교인들 사이에 타 종교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종교를 싫어하고 멀리했습니다. 자연적으로 사람사이에도 거리는 늘 멀었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종교 전쟁은 아직도 멈출 줄을 모릅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세계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종교에 대한 다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마음이야 같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으로 번져 크나큰 인명 피해가 생기고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사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하느님을 올바로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종교의 자의적인 해석이 상대방을 미워하고 멸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이들을 악마로 만들었을까요. 욕심입니다. 겉으로는 사랑을 말하지만 속에는 저주의 가시가 숨어있습니다.

오래전입니다. 직장에서 함께 등산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하산하는 길에 절이 보였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들려가기로 했습니다. 모두 절로 향하는 데 한 사람만 멈춰 섰습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구경하고 오라며 절을 벗어나 개울가로 갑니다. 자신은 그리스도교를 믿어서 절에는 갈 마음이 없답니다. 불교를 믿으라는 게 아니라 문화재로서의 절을 둘러보자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사탄이 사는 곳이랍니다.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모든 종교는 하느님을 믿고 존중합니다. 믿는 과정이나 방법이야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뿌리가 같다고 보면 믿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서로 배척하고 헐뜯던 종교인들 사이에 반목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믿음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상대방의 종교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수녀와 스님이 친구가 된 사연, 신부, 목사, 스님이 다정다감하게 지내게 된 동기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나 부처님이 오신 사월 초파일이 되면 상대방을 찾아 서로 축하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절이나 교회 성당에 머물러 서로의 일상을 배우고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서로 화합하고 있지만 이와는 다르게 서로 반목을 일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국회입니다. 그들의 일상이 뉴스에 늘 오르내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행태를 보면 심히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 년 내내 추한 모습뿐입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잡아먹어야 시원하다는 듯 비속어를 남발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생각을 토해냅니다. 누군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왜곡된 이야기를 지어내 퍼트립니다.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국회란 존재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하는 회의 장면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이 수준을 가늠합니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학급 회의만도 못하다고 말하겠습니까. 내용이야 견줄 수 없겠지만 그들의 회의 태도가 불쾌하다는 말입니다. 국민의 눈높이는 향상되었는데 국회의원이 의식이 이를 따라가기는커녕 퇴보합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더 상대방을 헐뜯는 일이 많고 같은 당원끼리도 설전을 서슴지 않습니다. 여론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정화되어야 할 곳은 국회라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이 전쟁에 휩싸였습니다. 아직도 종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가 무엇인지 회의를 느낍니다. 정치의 권력과 종교는 아편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아편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로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로지 나만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도록 해라.’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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