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은 2023

324. 춥다는 말 20231223.

by 지금은

요 며칠은 추위를 입에 달고 삽니다. 과거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그때는 온 겨울 동안 ‘춰, 추어’를 지금보다 더 길게 입 밖으로 쏟아냈습니다.

‘강추위에 언 가로등에 혀 댔다가 딱 붙어버린 남자’

매서운 추위 속에 거리를 걷던 시민이 가로등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의 혀가 가로등 기둥에 딱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18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이 황당한 사건이 지난 15일 중국의 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발생했습니다. 목격자가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입니다. 한 남성의 얼굴이 금속 재질의 가로등 기둥에 밀착된 채 혀가 기둥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은 차가운 기둥에 혀를 대면 실제로 붙는지 알아보겠다며 기둥을 핥았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근처 가게에서 따뜻한 물을 구해와 붙은 부위에 부었습니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 혀가 떨어졌고 남성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이 사람은 나보다 호기심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입니다. 아침 일찍 세수를 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삼촌이 물을 한 바가지 뜨더니만 뜰에서 마당을 향해 물을 날렸습니다. 흩어진 물은 이내 어름으로 변해 공중에 흩어졌습니다. 어제 기상캐스터가 이와 같은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컵에 든 물을 하늘에 뿌렸습니다.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어름으로 변합니다. 추운 날씨를 증명해 주는 순간입니다. 쇠붙이에 물 묻은 손이 닿으면 달라붙는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장면들입니다.

요즘 며칠간의 날씨는 북극을 연상케 합니다. 북극에서 몰아친 찬 공기가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까지 감쌌습니다. 눈과 추위는 모든 것들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제주공항의 비행기의 발이 묶였습니다. 섬을 드나드는 여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안전부절합니다.

노숙인의 사정은 말이 아닙니다. 몸이 알아서 마음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너무 추워서 화장실을 찾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어 시간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움직였답니다. 이를 보살피는 사람들도 고생은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나 사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밤을 새워 순찰을 했답니다. 이런 추위에는 쉼터를 찾아가면 좋겠지만 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구속을 받기 싫답니다. 음주를 한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자기 마음대로 활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죽음보다야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나라고 해서 그와 같은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추운 날, 할머니의 말씀을 듣지 않고 썰매를 가지고 개울로 향했습니다. 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얼음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흠뻑 젖은 아랫도리는 금방 얼음 옷으로 변했습니다. 옷이라기보다는 나무껍질이나 두꺼운 종이 곽으로 두른 듯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했습니다.

함께 갔던 친구들이 마른 나뭇가지를 주어다가 불을 피웠습니다. 추위도 피하고 옷도 말려볼 요량입니다. 하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습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몸을 이리저리 불을 향해 돌립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하나둘 썰매를 둘러메고 집으로 향합니다. 옷이 마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불 가까이 닿는 면에서는 김이 오르지만 반대의 냉기는 가실 줄을 모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바지는 땡땡 얼음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슬픔이 복받쳤습니다. 온몸이 저리고 아팠습니다.

“그러게 할미 말을 들어야지. 한두 번도 아니고.”

안쓰러운 마음에 할머니가 내 손발을 주무르고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한동안 손발이 트고 얼굴이 트는 등, 동상에 걸려 고생을 했습니다.

창밖을 내려다봅니다. 아파트 광장에 눈썰매와 함께 아이와 엄마들이 보입니다. 완전무장입니다. 두꺼운 옷에 얼굴과 손을 가렸습니다. 신발도 두툼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한 몸이라도 된 듯 잔디 광장을 누빕니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인가 봅니다. 광장 가운데 서있는 루돌프 사슴의 수레는 비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내일모레인데 선물이 이미 동이 났을까요. 사슴들이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추워서일까요. 배달할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넣고 하트를 그려봅니다. 새해에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