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악기 다루기 20220121
요즈음 내가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기타 연주입니다. 연주라기보다는 연습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20대에 만지던 기타를 손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관심 밖이었는데 구석진 곳에서 잘 견디어 주었습니다. 이사를 세 번이나 하는 동안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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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벽의 한쪽 구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기타 집의 고리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녹이 슬었습니다. 못쓰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선입감이 앞섰습니다. 자는 기타를 흔들어 깨워보니 옛날의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타 줄을 조였습니다. 서툰 솜씨로 음을 맞추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음은 예전의 정돈된 색깔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제법 맑은 소리를 냈는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협화음이 방안에 퍼집니다.
나는 본래 음악에는 별 재능이 없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해봐도 악기를 다뤄 봐도 영 신통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만져본 악기는 얼마나 될까. 기타. 퉁소, 리코더, 오카리나. 칼림바. 피아노, 오르간, 만돌린, 북, 장고, 꽹과리. 하나같이 내 손에 익숙해진 것은 없습니다. 애는 써보지만, 노력에 비해 발전은 늘 딴판입니다. 기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기타를 보는 순간 다시 도전하고 싶어 집니다.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지만 심심풀이로 매일 만져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나는 요즈음 우울증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배움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요 몇 년간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도서관, 복지관, 문화회관, 평생학습관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합니다. 프로그램이 중단되기 일쑤고, 교육도 화상통화로 전환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나는 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책을 부지런히 읽고, 글도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합니다.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작년에는 이백여 편의 글을 썼습니다. 나름대로 시간을 껴가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울증을 벗어나는 일은 생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기에 시간을 쪼개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하루의 일과 중에는 산책이나 운동, 독서, 글쓰기, 외국어 배우기, 한자 익히기, 그림 그리기, 낙서하기, 악기 다루기, 색종이 접기가 있습니다. 독서의 방법도 몇 개로 나눴습니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권의 책을 부분으로 나누어 돌려가며 읽습니다. 하나의 책을 읽다 보면 지루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책을 내려놓고 다른 책을 펼칩니다. 내용이 다르다 보니 다시 집중됩니다. 네댓 권의 책을 돌려 읽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의자에 붙어있을 수 있습니다.
기타, 기타를 꺼내는 순간 작정했습니다. 하루에 오 분이나 십 분 정도만 만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루한 시간에 심심풀이 땅콩입니다. 오랜 시간 서로 떨어져 있었으니 곧 마음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쉬운 곡을 연주합니다. 열흘이 지났어도 탁한 음은 교정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경험에 의하면 아무래도 손가락의 아픔이 지나가야 고운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명인이, 기능장이 저절로 되었겠습니까.
이 정도의 곡쯤이야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하다 보면 손가락이 음을 자주 이탈합니다. 내가 곡의 멜로디를 따라가자, 아내가 흥얼거렸습니다. 내 연주에 노래를 올려보려는 마음입니다. 손가락이 갑자기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내가 긴장했던 탓인가 봅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아내의 허밍을 멜로디가 따라갑니다.
요즈음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꼭 잘해야만 하겠어?’
어디 가서 연주할 것도 아니니 논다는 기분입니다.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손가락에 힘을 뺐습니다. 수영처럼 말입니다. 숨쉬기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기타 줄에 맑은 음이 매달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