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계절은 계절 20220310
날씨가 낯가림하나 봅니다. 요즈음은 기온이 널뛰기합니다. 봄과 겨울이 줄다리기하는 듯싶습니다. 밀어내고 싶은 봄과 밀려가지 않으려는 겨울이 한창 씨름 중입니다. 요즘 하루의 일교차가 십 도 이상입니다. 일기 예보관이 간절기이니 건강에 주의하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하루의 일교차뿐입니까. 나날이 이어지는 기온이 널뛰기합니다. 어느 날은 최고 기온이 십칠 도라고 하더니만 어느 날은 영하 오 도라고 합니다.
이제 추위는 다 지나갔다는 느낌에 두꺼운 옷을 정리해 두었는데 며칠 전에 다시 꺼내 입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전날 옷을 얇게 입고 나들이를 했다가 온몸을 떨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냉기는 좀처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도 춥다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나들이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봄 옷차림으로 나서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새로 산 겨울 외투 입어야지 뭐해요. 어제 시장에 갔다 왔는데 바람이 차더구먼.”
나는 아내의 꺼내놓은 겨울 외투를 입었습니다. 처음부터 후텁지근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실내의 기온이 높아 그러려니 했습니다.
전철역으로 가는 동안 서서히 목덜미에 열기가 느껴집니다. 머플러를 풀어냈습니다. 주위를 살피면서 모자를 벗었습니다. 마스크도 턱 밑으로 내렸습니다. 시원한 공기가 코와 입 주위를 간질입니다. 역에 가까워져 올수록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 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는 증거입니다.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의 간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열기가 옷 속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겉옷을 벗을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곧 차가 도착한다는 안내판에 불빛이 선명합니다. 일어서서 목의 깃을 들치며 몸을 좌우 앞뒤로 흔들었습니다.
나는 전철을 타면 늘 책을 펼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건너편 좌석의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해서 몇 번인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여다보았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생각한 것이 책 읽기입니다. 집에서 책을 눈에 달고 사니 차 안이면 어쩌랴 했습니다.
‘딱 이거야.’
한 번의 시도가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없던 게 하나 생겼습니다. 작은 가방입니다. 내용물이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책, 안경, 볼펜, 메모장, 여름철에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람막이 겉옷 하나입니다. 전철 안 냉방의 온도가 낮아 때때로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더워도 탈, 추워도 탈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예민해집니다.
아직은 삼월인데 오늘은 차 안에서 한여름을 느낍니다. 전화해야 할까 봅니다.
‘차 안의 온도를 낮춰주시면 안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