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도전 20220922
“바느질해 보셨어요?”
다소 앳돼 보이는 강사가 미소를 띠며 다가와 수줍은 눈으로 물었습니다. 좀 의아하다는 눈치입니다.
“뭐, 급할 경우 단추 정도는 달아봤지요.”
“아, 예. 잘하시겠군요. 우리 아들은 명찰 하나 못 달아요.”
“요즈음 아이들은 공부에만 전력을 하다 보니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아내와 서둘러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은 천 가방에 수놓기를 배웁니다.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행사 중 하나입니다.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는 행사 프로그램 담당자와 강사가 수강생들이 사용할 물건들의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출발할 때 도서관에 일찍 도착하겠다고 추측했는데 맞았습니다. 나는 웬만하면 약속 장소에 일찍 가는 편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늦어서 불안해하기보다는 상대보다 앞서 도착해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수업하려면 아직도 이십여 분 남았습니다. 실내에는 프로그램 진행자와 강사 그리고 우리 부부뿐입니다. 잠시 후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강사가 물었습니다.
“곰 만드셨다면서요. 어떻게 만드셨어요.”
“뭐, 본 대로 잘라서 꿰맸지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곰 인형을 만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나를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강사는 내가 만든 곰 인형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찍어놓은 게 없습니다. 옆에 있는 아내가 중언부언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소소한 바느질은 해요하고 덧붙였습니다.
포장지를 뜯고 준비물을 꺼냈습니다. 바늘, 색색의 실, 수를 완성하는데 참고가 되는 견본입니다. 견본을 빼고는 낯이 익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견본에 맞추어 꽃과 나뭇잎을 수를 놓았습니다. 내가 색실을 바꿀 때 버벅거리자 아내는 내 시력이 좋지 않다며 색실을 바꿔야 될 때마다 미리 바늘에 실을 꿰어 주었습니다. 이럴 때는 실 끼우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강사는 바느질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며 수강생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여줍니다. 나는 수를 놓는 중간에 슬며시 일어나 수강생들의 의자 뒤쪽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들의 진행 속도와 솜씨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모두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합니다.
내가 자리에 돌아와 다시 바느질하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갑자기 꽃잎을 수놓는 순서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꽃잎과 내 꽃잎이 다른 느낌입니다. 강사에게 확인하려고 손을 드는 순간입니다.
“앗 따가워.”
맞은편 수강생이 왼손을 천정을 향해 번쩍 들더니 흔듭니다. 내 눈과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숙입니다. 갑작스러운 동작이 부끄러웠나 봅니다.
“잘하고 계세요.”
순서를 확인한 강사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실과 실 사이의 간격만 잘 조절하면 된다며 바늘 끝으로 모양은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시간이 다 돼갈 무렵 다시 수강생들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내 것과 비교가 됩니다. 잘하고 있다는 강사의 내 바느질 칭찬과는 달리 솜씨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내가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많이 받은 느낌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곰 인형을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도서관의 경우 나는 가끔 청일점입니다. 참가자 중에서도 연장자입니다. 나는 여자들 틈에 끼어 배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독서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만들기입니다.
“할아버지가 홀로 젊은 여자들 틈에 끼어 창피하지 않았어요.”
“배우는 데 창피한 게 뭐 있겠어요.”
아내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답을 했습니다. 처음 딱 한 번은 어색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강사와 수강생들의 시선이 잠시 나에게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수업 시간을 넘겼습니다. 마무리를 지으려면 예정 시간의 곱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내의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합니다. 친구들과의 점심 약속 시간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강사의 양해를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곰돌이 인형을 만들 때처럼 즉시 바느질에 돌입했습니다. 일을 마무리할 무렵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다 한 거예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내가 내 솜씨를 확인합니다.
“요 부분은 창작했군요.”
맞습니다. 오늘 수강생의 작품이 똑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달리하고 싶었습니다. 나뭇잎 대신에 가지를 넣었습니다. 뒤판 귀퉁이에는 내 나름대로 간단한 별무늬를 불규칙하게 네 개 넣었습니다. 아내의 수놓기가 이어집니다.